[팜뉴스=김민건 기자]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월 1회 투여하는 GLP-1 주사제형 파이프라인 확보가 목표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R&D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화이자는 4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총 77억달러(11조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해 핵심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한다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렸다.
우선 내년까지 5억달러(7300억원)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상 입증에 실패한 겸상적혈구질환(SCD) 치료제 인클라쿠맙이 첫 번째 정리 대상이다. 지난 2022년 54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의 핵심 자산이었다.
2022년 FDA로부터 신속심사 지정을 받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에르보가스타트(DGAT2 저해제) 단독요법 외에 에르보가스타트+클레사코스타트(ACC 저해제) 병용요법(2상)을 중단키로 했다.
아울러 60억달러(8조6000억원)에 인수한 씨젠의 항암 파이프라인 중 CD228×4-1BB 이중항체, CD30을 표적하는 ADC 기전 신약도 1상 단계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바이오텍과 공동 개발 중이던 mRNA 수두·대상포진 백신, 생후 6개월~4세 대상 소아용 코로나19 백신 관련 R&D도 종료한다.
올해 FDA가 해당 연령에서 긴급사용승인을 갱신하지 않으면서다. 백신 접종 대상을 연령별로 세분화하지 않고 유행 변이 균주에 맞춰 소아부터 성인이 단일 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으로 일원화 한다는 의도다.
화이자는 대규모 파이프라인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여력을 새로운 성장 동력인 비만 치료제로 전환한다. 오는 2030년이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달러(14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업계 전망이다. 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GLP-1 계열 기전의 주사제형 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비만)·오젬픽(당뇨), 일라이릴리 마운자로(비만)·젭바운드(당뇨)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화이자가 뛰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여파와 차세대 ADC 등 항암 파이프라인의 부재를 채워줄 미래 먹거리를 찾던 중 미국 바이오텍 '멧세라'가 포착됐다. 기존 GLP-1 주사제형은 주 1회 맞아야하지만 멧세라는 월 1회 투약이 가능한 파이프라인 MET-097i(주 또는 월 1회)을 비롯해 아밀린 유사체 MET-233i(월 1회)과 경구용 GLP-1RA MET-097o, 경구용 아밀린 유사체 MET-233o, 경구용 GLP-1/GIP 이중작용제 MET-GGo 등을 가지고 있다.
후발 주자인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할 경우 선두 주자인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를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올해 9월 화이자는 49억달러(7조1000억원)를 들여 멧세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최대 73억달러(10조5000억원)에 이를 만큼 초대형 계약이었다. 화이자는 멧세라 인수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노보노디스크가 최대 100억달러(14조5000억원)에 이르는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며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보노디스크의 하이재킹 시도다.
멧세라 이사회는 노보노디스크 제안을 '더 좋은 계약'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였다. 이에 화이자가 계약 위반이라며 멧세라와 노보노디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인수 금액도 최대 1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월 1회 투약하는 GLP-1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 기존 치료제의 상업적 가치가 대폭 낮아지게 된다. 화이자가 이긴다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며, 노보노디스크가 승리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다. 비만 치료 경쟁 구도를 좌우할 만한 이슈로 떠올랐다.
화이자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인수계약 파기 금지 가처분(TRO)'을 냈지만 5일 기각당했다. 화이자는 직후 "법적 쟁점에서 본안 판단이 아니다"며 "멧세라는 계약 의무를 위반하고 있으며, 노보노디스크는 반독점 심사를 우회하는 불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 계약 위반 소송에 더해 연방법원을 통한 반독점 소송도 병행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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