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진단받은 지 1년 이내인 폐동맥 고혈압 성인 환자에게 표준 치료에 소타터셉트(Sotatercept)를 더한 결과, 임상적 악화 위험이 위약군보다 76%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국제 다기관 3상 임상시험(HYPERION)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소타터셉트가 만성 환자를 넘어 질환 초기에 있는 환자에게도 뚜렷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혈관이 두꺼워지고 혈류 저항이 커지면서 진행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결국 우심실 부전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병의 진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새로운 접근이 요구돼 왔다. 소타터셉트는 세포 성장과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신호 체계인 Activin 경로를 억제하는 최초(first-in-class) 약물로, 세포 증식과 억제 사이의 불균형을 교정해 병태생리 자체를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STELLAR와 ZENITH 연구는 평균 8년 이상 경과한 만성 환자에서 효능을 입증했으나, 초기 환자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일지는 불확실했다.
HYPERION 연구에는 진단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성인 환자 3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WHO 기능 등급 II·III에 해당하며, 사망 위험이 중간 이상으로 분류된 집단이었다. 환자들은 기존의 이중 혹은 삼중 표준 요법을 이어가면서, 21일마다 소타터셉트나 위약을 추가로 투여받았다. 평균 13.2개월 추적 관찰에서 임상적 악화는 소타터셉트군 17명(10.6%), 위약군 59명(36.9%)에서 발생했다. 이 결과 소타터셉트군의 악화 위험은 위약군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위험비 0.24, 95% 신뢰구간 0.14~0.41, P<0.001). 12개월 시점 절대 위험 감소율은 22%포인트였으며, 환자 5명을 치료하면 임상적 악화 1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효과는 환자들의 운동 능력 저하가 적게 나타났고, 갑작스러운 입원 사례가 줄어든 데서 확인됐다. 운동 능력 저하는 소타터셉트군에서 8명(5.0%)에 그쳤지만 위약군에서는 46명(28.8%)으로 크게 늘었다. 불시에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소타터셉트군은 3명(1.9%), 위약군은 14명(8.8%)이었다. 사망률은 소타터셉트군 7명(4.4%), 위약군 6명(3.8%)으로 비슷했다.
연구는 애초 계획보다 일찍 종료됐다. 이는 다른 임상시험(ZENITH)에서 긍정적인 중간 결과가 나오자, 위약을 계속 투여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참여자들은 모두 장기 공개 라벨 연구(SOTERIA, 모든 환자가 실제 치료를 받으며 장기간 경과를 추적하는 임상)로 전환됐다.
안전성은 기존 연구와 유사했다. 소타터셉트군에서 코피(31.9% vs. 6.9%)와 모세혈관확장증(26.2% vs. 11.2%) 발생이 잦았고, 잇몸 출혈 등 비심각성 출혈이 두드러졌다. 또한 혈색소 수치가 더 자주 상승했으며, 24주 시점 평균 1.2g/dL 증가가 관찰됐다. 그러나 중대한 이상 사례는 소타터셉트군 24.4%, 위약군 28.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학술지 NEJM에 게재됐으며, 소타터셉트가 초기 단계 환자에서도 질병 진행을 늦추고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다만 조기 종료로 인해 장기적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소타터셉트가 향후 폐동맥 고혈압의 1차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현재 진행 중인 SOTERIA 연구에서 추가 근거가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V.V. McLaughlin, MD et al., “Sotatercept for 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within the First Year after Diagnosis”, NEJM(2025). doi:10.1056/NEJMoa2508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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