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론회 전경, 전북대 의대 정세영 석좌교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 최광준 과장, 칸젠 박태규 대표,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공동대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론회 전경, 전북대 의대 정세영 석좌교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 최광준 과장, 칸젠 박태규 대표,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공동대표

[팜뉴스=김응민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당위성 근거가 주제발제에 이어 패널토론에서도 다각적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제시됐다. 발제자들이 "균주는 이미 범용화된 소재"라며 규제의 실효성을 문제 삼은 데 이어, 패널들은 현 제도가 수출과 공동개발을 가로막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정부는 해제 요청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지난 29일 열린 'K-바이오헬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국가핵심기술로 계속 지정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전북대 의대 정세영 석좌교수

핵심은 균주가 아니라 생산·분리정제 기술

정세영 석좌교수는 약대 교수 경력과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바이오분과 위원장 경험을 바탕으로 논점을 분명히 했다. 

정 석좌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에서 진짜 기술은 독소의 생산과 분리·정제 공정"이라며 "정제가 미흡하면 불순물 혼입으로 독성 이슈가 커질 수 있어 대량생산의 경제성과 정제 역량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균주가 기술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초기에는 특이 균주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개발도상국까지 생산하는 범용 영역이 됐다"며 "균주 자체의 희소성·전략성은 낮아졌고, 국가핵심기술로 볼 근거도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의 병목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위원장 시절 업계가 "보툴리눔 제제는 국가핵심기술로 묶여 있어 수출이 너무 어렵고, 해외 기업과 공동개발을 하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고 호소해 규제개혁 대상으로 상정해 산자부에 해결 방안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지정 체계가 제약사 간의 글로벌 협력과 상업화 속도를 떨어뜨리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석좌교수는 "핵심기술로 묶이면 인적·학술 교류도 사전 신고·허가가 필요해 속도가 생명인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중심으로 판을 짜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보툴리눔 시장이 25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인데, 상업화 속도에서 뒤쳐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며 "보툴리눔 독소는 국가핵심기술에서 우선 제외하고, 여러 법에 흩어진 규제를 정리해 생산·정제 역량 고도화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 

지정·해제 판단 체계 분리… 킬러 규제는 유효성 입증해야

이재국 부회장은 논의를 기업 간 이해관계가 아닌 '국부 창출과 산업의 방향'에서 보자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면 열 번이라도 지정할 수 있지만, 이번 건은 그런 사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인 앨러간이 보톡스를 개발한 것이 1991년이며 국내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때는 1995년이다"라며 "3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해당 제제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핵심기술과 같은 킬러규제의 운영 원칙을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특정 시기에 필요해 만든 제도라도 5~10년이 지나면 유지 필요성을 제도 쪽에서 입증해야 한다"라며 "구체적으로는 '지정'과 '해제'를 심의하는 기구를 분리하고, 킬러 규제급 제도는 주기적으로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협회는 보툴리눔 제제에 대한 규제 개선을 10년 넘게 건의해 왔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라며 "AI 신약개발, 글로벌 통상환경의 급변 속에서 같은 논의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이번 사안은 사실 균주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익과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신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공동대표 

이해관계자 참여와 독립 모니터링… 절차 투명성 결핍

유한범 공동대표는 시민사회·반부패 관점에서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공동대표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부패영향평가 기준이라는 것을 시행하는데 이러한 기준을 현재 보툴리눔 제제 국가핵심기술에 적용해 보면 행정 절차적 접근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 등에서 문제점이 많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세계 시장에서 외국 제약사의 제품이 전체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만 보툴리눔 독소 제제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점은 의문"이라며 "균주와 생산기술의 희소성과 전략적 가치가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는데, 여전히 상위 규제로 묶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칸젠 박태규 대표

현장비용과 기회비용… 연구개발 에너지 소모시키는 다중 규제

박태규 대표는 바이오벤처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칸젠을 창업한 이후, 우리 땅에서 찾은 균주로 기존 주사제가 아닌 바르는 제형의 보톡스 치료제를 목표로 R&D를 진행했다"라며 "국내 토양에서 총 7종의 균주를 발굴했으며, 독자적 균주 등록을 완료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등록·연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균주 1건 등록에만 1년 이상 자료를 준비한다"라며 "그러나 사전 신고 등 절차가 까다롭고 만약 연구 중에 우발적으로 발견하게 되면 오히려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현행 법률 체계가 연구 현장을 위축시킨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연에서 누구나 발견 가능한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묶을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정말 보호 가치가 크다면 GMP 인프라나 국가과제 등 비례한 지원이 뒤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규제 중첩과 지원 공백"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K-바이오·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국가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 최광준 과장

국가핵심기술 해제 요청, 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 약속

패널 중에서 유일하게 정부 당국을 대변해서 자리한 최광준 과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산업계의 비판을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다"라며 "국가핵심기술은 매년 전 분야를 현행화하고, 불필요한 기술은 해제할 수 있도록 현장조사와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점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툴리눔 독소제제의 경우, 현재 산업계로부터 해제 요청이 접수돼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에서 파급효과, 기술환경 변화 등 법정 기준에 따라 지정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가핵심기술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거버넌스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과장은 "핵심기술 지정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엄중히 받아 들인다"라며 "찬성·반대·중립 및 전문가를 망라해 균형 있게 듣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규제는 공공성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담보할 때 정당성을 갖는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제도 설계와 절차에 반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