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결절성 양진 환자인 A씨(40대)는 극심한 가려움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가려움증으로 인한 고통을 출산의 3배라고 표현할 만큼 어려움을 겪는 A씨는 급격한 체중 감소와 함께 외출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A씨가 더욱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결절성 양진 환자는 피부 위로 둥근 갈색 또는 붉은색의 덩어리 결절이 딱딱하고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이런 결절이 결절이 팔다리 등에 수십 또는 수백 개까지 생긴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게 되면 피가 나고, 딱지가 앉는다.

결절성 양진
결절성 양진

이 때문에 결절성 양진을 잘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전염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결절성 양진은 질환 인지도가 낮아 진단조차 쉽지 않다. 원인을 묻는 지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거나 답하기가 어렵다. 결절성 양진 환자들의 삶의 질은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보고된다.

A씨 같은 환자들의 삶은 결절성 양진으로 무너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지원이 부족하다.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피부 질환 이상으로 일상을 완전히 마비시킨다.

한태영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팜뉴스에 "결절성 양진 환자들은 심한 가려움증으로 피가 나고 살이 벗겨져도 긁음을 멈추지 못하며 이로 인해 피부는 결절과 흉터로 뒤덮인다"며 "이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이 겹치면서 사회생활과 대인관계마저 무너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질환 인지도가 너무 낮아 빠른 진단이 쉽지 않다보니 진단 방랑을 경험하는 동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며 "많은 환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만성적인 고통 속에서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다보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이어지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은 환자를 잠 못 이루게 하고, 긁고 또 긁은 자리는 굳어 딱딱하게 돌출된 병변으로 변하게 된다. 끊임없는 가려움과 피부 손상으로 격는 신체적 고통 외에도 심리적으로 우울과 불안이 겹쳐지면서 일상이 무너진다.

유일하게 국내 허가된 치료제인 듀피젠트(두필루맙)가 있지만 비급여이다. 결절성 양진 환자들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삶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듀피젠트

▶가려움증 끝판왕, 아토피보다 심한 고통

결절성 양진은 제2형 염증 반응과 관련한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피부·면역계·신경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환자들이 겪는 가려움은 피부 질환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다. 

가려움증 지표인 NRS(Numeric Rating Scale) 점수는 아토피피부염을 크게 웃돌며, 이 고통은 수주에서 수년간 지속된다. 80% 이상의 환자가 6개월 이상, 절반 이상이 2년 넘게 극심한 가려움증을 겪는다.

가려움증으로 긁기, 뜯기, 문지르기를 반복하면서 피부에는 돌출된 결절성 병변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출혈은 물론 표피가 벗겨져 진피가 드러나는 상태인 '미란'까지도 진행한다. 염증 이후에는 색소가 과도하게 침착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과색소침착'까지 동반한다. 

이 외에도 절반 가까운 환자들은 결절로 인한 찌르는 듯한 통증, 타는 듯한 작열감, 반복적인 출혈, 흉터로 얼룩진 피부 병변으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결절성 양진은 소아와 중장년층을 가리지 않는다.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며 고령층 발병률이 높다. 특히 학업이나 업무, 대인관계가 활발한 20~40대에게는 치명적이다. 끊임없는 가려움이 수면을 방해하고 집중을 어렵게 만들어 학업과 업무 수행에 직접적인 차질을 준다. 더구나 눈에 띄는 피부 병변은 환자를 위축시키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 

실제로 환자의 62%가 '가려움증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겪으며, 29%는 '우울증', 19%는 '자살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결절성 양진이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일으켜 환자의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난치성 질환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국내 유일 허가 듀피젠트, 비급여 장벽에 막힌 환자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결절성 양진 치료에 효과적인 약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 적응증을 가진 사노피 듀피젠트이다. 듀피젠트 이전에는 국소 스테로이드나 전신 면역억제제 등 제한적인 치료만 가능했다. 효능·효과가 부족한 데다 증상 완화 이후에도 재발이 잦아 근본적인 개선이 되지 않았다. 

결절성 양진 치료 현장에선 피부과에선 퇴출시킨 탈리도마이드를 쓰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쓸 약이 없어 사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듀피젠트 글로벌 3상 연구인 'PRIME' 'PRIME2' 연구는 달랐다. 듀피젠트를 투여한 환자 중 60%는 24주 시점에서 WI-NRS(최대 가려움증 수치평가척도) 4점 이상 개선을 보였다. 이는 위약군(18.4%) 대비 약 3배의 가려움증 개선 효과이다. 

특히 듀피젠트 투여 환자들은 3주 시점부터 빠르게 가려움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토피성 동반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된 치료 효과였다.

듀피젠트는 결절성 양진의 주요 원인인 제2형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 사이토카인을 동시에 표적하는 기전으로 가려움증-긁기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을 차단하기 때문에 얻은 결과였다. 

듀피젠트는 결절성 양진 환자의 피부 섬유화 진행을 감소시킬 수도 있으며, 임상에서 투여 12주 시점부터 결절 감소가 빠르게 나타났다. 24주 시점에는 유의한 결절 감소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48%로, 위약군(18%) 대비 2.5배 이상 높았다. 피부 관련 삶의 질(DLQI) 개선 평가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한 효과로 제한된 사회활동과 일상생활을 다시 누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결절성 양진 질환이 한국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듀피젠트가 '중등도-중증 결절성 가려움 발진(양진)' 치료에 허가 받으면서다. 결절성 양진 질환이 듀피젠트로 재조명받은 것이다. 그간 결절성 가려움 발진과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이 잘 구분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며, 듀피젠트가 기존 치료제와 달리 효과를 보이는 이유도 이 부분에 있다.

문제는 급여가 되느냐다. 듀피젠트는 3상 연구를 통해 결절성 양진 치료에서 혁신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국내에선 아직 비급여이다. 환자들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가 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 자체를 결정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환자, 그리고 가족들의 아픔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에선 결절성 양진 환자와 가족들이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절망 그리고 경제적 무려감이라는 삼중고에 방치돼 있다고 우려한다. 유일하게 국내 허가된 듀피젠트의 빠른 급여화로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한 교수는 "듀피젠트는 그동안 치료제가 없던 결절성 양진에서 혁신 치료 효과를 입증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재 급여 적용이 되지 않기에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말했다.

한 교수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듀피젠트라는 효과적인 신약이 있지만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결절성 양진으로 고통받는 모든 환자들이 공평하게 혁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급여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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