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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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뇌동맥류 수술 이후 11년간 투병해온 환자가 병원 내 이송 사고를 겪은 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병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술 자체의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환자가 이송 중 입은 상해에 대해서는 병원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 9 민사부는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병원이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2023나20*9158). 1심이 수술 과실과 이송 사고의 사망 인과관계를 모두 부정한 것과 달리, 항소심은 사고로 인한 상해 자체를 병원의 책임으로 인정했다.

환자 G씨는 2010년 5월 건강검진에서 9x5.4mm 크기의 뇌동맥류가 발견돼 같은 해 7월 F병원에서 코일색전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당일 광범위한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응급 개두술에도 회복하지 못해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10년 넘게 침상 생활을 이어가며 감염과 회복을 반복했다.

2021년 4월, 장기 입원 중이던 G씨는 이송요원이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엉덩이가 브레이크 봉에 부딪히며 항문 주위에 상처를 입었고, 곧 복강 내 출혈 증세까지 나타났다. 병원은 색전술로 출혈을 막았으나, 한 달 뒤 복강 내 출혈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병원의 과실이 G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수술 전 다른 치료법을 설명하지 않았고, 코일색전술 선택과 항응고제 사용 등으로 출혈 위험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CT 촬영 지연과 기록 부실도 문제로 삼았다. 이송 사고와 관련해서는 부주의한 이송과 미흡한 처치가 사망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모든 의료 행위와 관리가 적정했다고 반박했다. 코일색전술은 합리적 선택이었고, 수술과 경과관찰, 응급조치도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송 사고는 사망과 직접 인과관계가 없으며, 감염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술 약물은 국내 사용 불가였고 감압술도 불필요했으며, 이송요원이 병원 소속이 아니라는 점도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수술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송 사고 역시 사망과 직접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족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고 당시 출혈은 색전술로 통제됐고 환자 상태도 한 달 가까이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유족 측은 수술의 과실과 사고의 사망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단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병원이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수술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송 사고에 대해서는 달리 보았다. 사고와 사망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부정했지만, 환자가 복강 내 출혈이라는 상해를 입고 고통을 겪은 사실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송요원이 병원의 지휘·감독을 받는 피용자이거나 입원계약상 이행보조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병원이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뇌수술 과실 입증의 한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환자 안전사고에 대한 병원의 관리 책임을 엄격히 물은 사례다. 재판부는 의료기술적 판단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환자의 안전을 지켜야 할 기본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배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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