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10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 벌어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고와 관련해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뒤집었다(2024구합9*118). 재판부는 “의료법상 해당 규정은 고의적 재사용만 제재할 수 있으며, 단순한 과실은 처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이번 판결은 의료인의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행정처분 경계를 한층 뚜렷하게 했다.
법원은 고의와 과실을 분명히 갈라 제재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확인하며, 법체계의 균형과 헌법상 비례원칙을 강하게 부각했다.
서울에서 B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2021년 6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도중 앞 환자에게 사용한 빈 주사기를 새 주사기로 착각해 다음 환자의 팔에 찌르는 실수를 했다. 약액은 없었지만,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9월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6개월 면허정지를 예고했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고 A씨가 실수를 인정하자,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는 3개월로 감경을 권고했고, 2024년 7월 최종 처분이 확정됐다.
A씨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착오에 의한 과실이며, 이미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재는 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4조 제6항과 제66조 제1항 제2호의2를 근거로,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재사용 사실 자체가 면허정지 사유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제재처분의 본질을 ‘징벌’로 규정하며, 이는 중대한 의무 위반이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정당화된다고 못박았다. 이어 해당 규정이 2015년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을 계기로, 기존 ‘비도덕적 진료행위’보다 강력한 처벌 근거로 도입됐음을 상기시키며 대상을 ‘고의적 재사용’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고의범만을 뜻하는 상황에서, 이를 강화한 규정이 과실범까지 포함한다면 법질서의 논리와 체계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헌법상 비례원칙을 적용해, 경미한 과실에 과도한 처벌을 가하는 것은 행위의 무게와 처분의 강도가 어긋나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과실로 인한 재사용이라도 의료법 제36조 제8호와 제63조 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시정명령이나 업무정지 처분이 가능해 규제의 공백은 없다고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팬데믹 시기 과로 속에서 주의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벌어진 1회성 실수이며, A씨 역시 고의성이 없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법리 해석을 잘못한 위법한 결정이라며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고의적 재사용이 아닌 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의료법상 면허정지 처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