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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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6일 의약품에서의 이산화티타늄(TiO₂) 사용 금지 확대를 최종 보류했다. 핵심 이유는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부재하고, 금지 조치가 시행될 경우 대규모 의약품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이산화티타늄의 기술적 기능, 대체 가능성, 그리고 산업계 의견을 종합한 분석 보고서를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산화티타늄은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정제의 색상 균일화, 높은 불투명도 제공, 활성 성분을 빛과 습기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품질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유통기한 동안 약의 외관과 성분 안정성이 유지되며, 현재 인체용 9만1천 종과 동물용 1천6백 종의 의약품에 사용되고 있다. EMA는 대체재가 색상 균일성, 불투명도, 제품 식별성, 장기 안정성, 광안정성 등 모든 핵심 성능 지표에서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불투명도를 확보하려면 대체 코팅의 함량을 늘려야 하고, 이는 제조 공정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며, 색상 선택 폭 축소는 제품 식별과 위조 방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광안정성 저하는 빛에 민감한 의약품의 분해 위험을 높여 포장 방식의 강화가 불가피해진다.

EMA 분석 결과, 승인된 의약품 중 5% 미만만이 이산화티타늄 제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제품의 재구성에는 개별 제품당 평균 4~6년, 전체 제품군을 재구성하는 데 7~1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실제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출시가 지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EU·EEA 시장만을 위한 별도 생산 체계 구축은 비용과 공정 복잡성을 크게 늘려 공급난 위험을 가중시킨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EMA는 2025년 3월 발표에서 의약품 등급의 이산화티타늄 소량 노출이 발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현재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수준의 이산화티타늄은 환자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과학적·기술적 근거를 종합해 현행 사용을 유지하는 것이 의약품의 품질·안전성·효능을 지키고 환자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결론 내렸다. 동시에 제약업계에는 신제품 개발 시 부형제 사용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관련 과학·기술 발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약품 제조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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