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혐의로 받은 15일간의 면허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24일 해당 행위가 의료법에 위반되며, 고의가 없더라도 객관적 사실에 반한 경우에는 행정적 제재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대전고등법원 2025. 7. 24. 선고 2025누3*6 판결).
재판부는 의료법 제22조 제3항의 문언에 따라,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제재할 수 있으며, ‘사실과 다르게 추가·수정’하는 경우에만 고의를 요한다고 해석했다. 진료기록 작성 초기에 발생한 오류라도 사실과 다르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경남 진주에서 C의원을 운영한 의사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환자 D의 진료기록부에 15차례에 걸쳐 사실과 다른 상병명을 기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실제로는 복부 화상이었지만 ‘손목 및 손’, ‘어깨·팔의 2도 화상’으로 입력했고, 발 진료 없이도 ‘발백선’을 상병명으로 기록해 보험을 청구했다.
검찰은 진료는 실제 이뤄졌고 재산상 이익을 취한 정황도 없다는 점을 들어, 2022년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위반을 근거로 2023년 3월 A씨에게 15일간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행정심판에서도 이 처분은 유지됐다.
A씨는 법정에서 해당 기재는 단순 착오에 불과하며 진료 및 처방은 사실대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개원과 관련한 재정 부담, 직원 고용 상황 등을 감안하면 제재는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기소유예를 고려해 자격정지 1개월 기준에서 절반으로 감경한 15일 처분으로 적정성을 유지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병명이 중간에 변경됐고, 발 진료가 없었음에도 해당 상병명으로 보험청구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반복적이고 인식 가능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 제재는 가능하며, 단순 실수나 관행은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지난 24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료기록이 처음 4회는 ‘손목 및 손’, 이후 10회는 ‘어깨 및 팔’로 기재돼 단일 실수로 보기 어렵고, A씨가 항진균제 처방을 위해 상병명을 다르게 입력했다고 인정한 점에서 고의성이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의료계 관행이 존재하더라도 위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진료기록이 환자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인의 문서 작성에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따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진료기록 작성과 관련한 법적 기준과 의료인의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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