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어지럼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메클리진(Meclizine)이 연령에 관계없이 성인의 낙상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미국 내 대규모 진료 데이터 분석 결과는 기존의 처방 방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어지럼증 치료 전반에 걸친 접근 방식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메클리진은 항히스타민 작용과 중추신경계 억제를 통해 구토와 현기증을 완화하는 약물로, 멀미, 어지럼증, 전정 기능 이상 등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진정, 혼란, 섬망 같은 중추 신경계 부작용과 함께 낙상을 유발할 수 있어, 특히 다약제 복용 환자에게는 약물 간 상호작용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노인병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와 ‘현명한 선택 캠페인(Choosing Wisely : 과잉 처방을 줄이고, 치료의 타당성과 안전성을 함께 판단하도록 권고하는 국제 캠페인)’은 고령 환자에게 메클리진처럼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항콜린성 약물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낙상은 미국의료 체계에 연간 최대 3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유발하는 문제로, 약물 관련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처방 전략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분석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어지럼증 진단을 받은 미국 성인 80만 5,454명을 대상으로 메클리진 복용과 낙상 간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학술지인 JAMA Otolaryngology–Head & Neck Surgery에 24일 게재됐다. 어지럼증 환자의 8%가 메클리진을 처방받았고, 이 중 9%가 낙상으로 부상을 입었다. 특히 연령, 성별, 질환 이력 등 낙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통계적으로 반영한 분석에서, 메클리진을 복용한 18세에서 64세 사이 성인은 낙상 위험이 2.94배, 65세 이상 고령층은 2.5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클리진 처방은 임상 지침과 달리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전체 처방의 74%가 비특이적 어지럼증 진단 환자에게 이뤄졌고, 응급실에서 더 자주 사용됐다. 특히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PPV)은 자세 교정 치료가 우선시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메클리진이 습관적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질환에서는 원인 교정에 초점을 맞춘 카날리스 재위치술(canalith repositioning)이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제시된다.
전정 신경염이나 미로염처럼 급성으로 발생하는 전정계 질환에서는 메클리진의 단기 사용이 심한 어지럼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복용은 전정 기능 회복을 돕는 뇌의 보상 작용을 방해하고 낙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인종과 민족 간 메클리진 처방률과 낙상 위험 차이는 단순한 약물 반응 차이에 그치지 않고, 의료 이용 기회나 건강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메클리진 중심의 처방 관행이 전 연령층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인과관계가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전정 억제제의 안전성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하기 위한 향후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65세 이상뿐 아니라 18세 이상 성인에게도 메클리진을 처방할 때 낙상 위험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능한 경우 약물 대신 비약물적 중재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부상성 낙상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처: Meredith E. Adams, MD, MS et al., “Meclizine Use and Subsequent Falls Among Patients With Dizziness”, JAMA Otolaryngol Head Neck Surg (2025). doi:10.1001/jamaoto.2025.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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