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제2형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성 질환이다. 2019년 기준 미국에서는 성인 약 3,400만 명이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8,800만 명은 당뇨병 전단계로 분류됐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중남미 출신 이주민을 포함한 히스패닉계는 비히스패닉계 백인에 비해 당뇨병과 심장병, 신부전, 신경병증 등 만성 합병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환경 독성 물질(내분비 교란 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이 당뇨병 발병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환경의학과 연구팀은 PFAS 혼합물 노출이 제2형 당뇨병 발생과 연관이 있으며, 그 원인으로 아미노산 및 약물 대사 경로의 조절 이상을 지목했다. 이번 연구는 21일 국제 학술지 eBioMedicine에 실렸다.
연구팀은 마운트 시나이 병원 환자 6만 5,000여 명의 전자 건강 기록 기반 바이오뱅크 ‘BioMe’를 활용해 제2형 당뇨병 환자 180명과 비환자 180명을 주요 조건을 일치시켜 두 집단을 정밀하게 비교했다. 이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 히스패닉계, 백인을 각각 33%씩 포함해 다민족 특성을 반영했다. 혈액 샘플 채취 시점에 당뇨병이 있었거나 1년 이내 진단받은 환자는 제외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오류를 줄였다. 평균적으로 진단 6년 전 채취한 혈장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PFAS와 대사체는 극소량까지 측정 가능한 정밀 분석 장비로 확인했으며, 다양한 물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의 분석 기법도 함께 활용했다. PFAS가 당뇨병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통계 기법과 함께, 대사체와의 관련성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체질량지수, 흡연 여부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도 함께 고려했다.
분석 결과, PFAS 혼합물 농도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 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교차비 1.31, 95% 신뢰구간 1.01~1.70). 특히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의 영향이 가장 컸다. 또 PFAS와 당뇨병 모두와 관련 있는 물질로는 5-하이드록시트립토판, 글루코헵툴로스, 설포리토콜릴글리신 등이 있었으며, 이 중 설포리토콜릴글리신은 통계적으로 가장 확실한 연관성을 보였다.
PFAS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대사 경로는 글루탐산, 아르기닌과 프롤린 같은 아미노산을 처리하는 경로와, 몸속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사이토크롬 P450 경로였다. 설포리토콜릴글리신은 지질, 포도당, 에너지 대사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 분자로, 당뇨병 환자에게서 수치 변화가 관찰된 바 있다. 이번 결과는 PFAS가 체내 대사 흐름을 교란해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인종을 포함해 대표성을 높이고, 진단 이전의 혈액을 분석해 신뢰도를 높였다. 유해물질과 대사체를 정밀하게 측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PFAS 종류와 표본 수가 제한됐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PFAS의 건강 영향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공중보건 정책 차원에서 환경 내 PFAS 노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와 당뇨병 예방 전략 수립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더 큰 규모의 연구를 통해 PFAS와 대사 이상 간의 인과성을 보다 정밀하게 밝힐 필요성도 함께 제시했다.
출처:Vishal Midya et al., “Exposure to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in association to later occurrence of type 2 diabetes and metabolic pathway dysregulation in a multiethnic US population”, eBioMedicine(2025). doi:10.1016/j.ebiom.2025.10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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