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선천성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에서 유전자 치료가 기존의 인공와우 이식보다 일부 청각 및 음성 인지 능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력 회복은 물론, 소음 환경에서의 음성 인식과 음악 감상 능력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되면서, 유전자 치료가 인공와우 이식을 보완할 유력한 치료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중국의 한 대형 병원에서 진행됐다. 이 연구 결과는 21일 의학 학술지 JAMA Neurology에 게재됐다. 유전자 치료만 받은 환자,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환자, 그리고 두 가지 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들의 청각과 말소리 인식 능력을 비교한 첫 번째 연구다. 선천성 중증 또는 완전 난청을 가진 1세에서 18세 사이 환자 가운데 내이 기형이나 전정-와우 신경 이상이 있는 경우는 제외됐으며, 전체 1568명 중 72명이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중 유전자 치료 단독군 11명과 인공와우 이식군 61명은 청력 수준과 수술 전 언어 능력 등을 기준으로 비슷한 조건에서 비교됐다.
유전자 치료군은 청성 뇌간 반응(ABR) 역치가 평균 95.0데시벨(dB nHL) 이상에서 54.8dB nHL로 개선되는 청력 회복을 보였다. 6개월 차에는 보호자가 평가한 청각 반응 점수(IT-MAIS/MAIS) 중앙값이 31.0점으로 인공와우 이식군(23.5점)보다 높았고(P=0.01), 12개월 차에도 각각 32.0점과 28.0점으로 차이가 유지됐다(P=0.007). 음성 명료도(SIR), 음성 품질(SSQP) 항목들에서도 유전자 치료군이 우세했다.
소음 환경에서의 음성 인지 능력도 유전자 치료의 강점으로 확인됐다. 이음절 단어 인지 실험에서 유전자 치료 단독 환자는 인공와우 장치를 끈 상태에서도 편측 인공와우 환자보다 더 나은 음성 수용 역치를 기록했다(중앙값 -1.0 dB SPL 대 5.3 dB SPL, P=0.03). 또한 유전자 치료와 인공와우 이식을 병행한 환자들은 양측 인공와우 환자보다 노래의 음정 정확도(in-tune rates)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66.6% 대 37.1%, P=0.04).
청각 정보 처리 속도에서도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나타났다. 6개월 차 불일치 음성 반응(MMN) 검사 결과, 유전자 치료 환자들은 인공와우 환자보다 더 짧은 잠복기(0.20초 대 0.23초, P=0.006)를 보여 뇌 반응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자 치료가 외부 자극에 대한 신경 적응을 빠르게 유도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12개월 차에는 유전자 치료 단독군과 인공와우군 간 차이가 사라졌지만, 병행 치료 환자들은 양측 인공와우군보다 여전히 더 짧은 잠복기를 보였다(0.08초 대 0.21초, P=0.01).
삶의 질 평가에서도 유전자 치료의 장점이 확인됐다. 가족에 대한 영향 척도에서 유전자 치료 환자군은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외부 장치가 필요 없고 수영 등 활동에 제약이 없으며, MRI 촬영이 가능하고 외형적으로 또래와 구별되지 않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연구는 몇 가지 한계도 지닌다. 분석 대상 수가 제한적이었고, 나이가 어린 일부 환자들은 검사에 응하기 어려워 일부 평가에서 제외됐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유전자 치료는 청각 신호 전달에 중요한 OTOF 유전자 이상에만 적용되는 방식으로, 다양한 유전적 원인을 가진 선천성 난청에는 아직 활용이 어렵다. 이에 연구진은 향후 더 큰 규모의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치료가 OTOF 변이로 인한 선천성 난청 치료에서 인공와우 이식과 비교해 기능적 우위를 보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 소음 환경에서의 음성 인지, 음악 감상 능력, 청각 처리 속도, 삶의 질 향상 등 여러 측면에서 나타난 긍정적 결과는 향후 치료 선택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가 선천성 난청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Xiaoting Cheng, MD, PhD et al., “Gene Therapy vs Cochlear Implantation in Restoring Hearing Function and Speech Perception for Individuals With Congenital Deafness”, JAMA Neurol.(2025). doi:10.1001/jamaneurol.2025.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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