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환자의 일상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희귀질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진 신약이 등장했다. 지난 4월 한국유씨비제약 리스티고(로자놀릭시주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리스티고는 기존 치료제들이 갖추지 못한 MuSK 항체 양성 환자를 적응증에 포함, 국내 허가된 치료제들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한다.
◇산정특례 적용은 되나 질환 인식 낮아...치료제 정보도 부족
중증근무력증은 자가항체가 신경과 근육 사이 신호 전달을 방해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호흡, 걷기, 삼키기에 필요한 근육에 힘이 빠지는 항체 매개 자가면역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눈꺼풀 처짐, 복시, 말하기 또는 삼키기 어려움, 사지 근력 저하, 호흡 곤란 등 다양하다. 환자의 3분의 2는 질환 초기 눈 주위 근육만 영향을 받지만 성인의 경우 85%에서 입 주위, 팔다리 근육까지 침범하는 '전신 중증근무력증'으로 진행한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증상이 '일중변동성(fluctuations)'이다. 하루 중에도 근력 약화 정도가 수시로 변동하면서 반복적으로 근육을 사용하면 힘이 약해지고, 쉬면 다시 회복하는 양상이다.
환자들마다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근력 약화가 눈에만 나타난다거나 호흡 근육까지 침범하는 등 제각각이여서 치료가 쉽지 않다.
중증근무력증 환자 20%는 '중증근무력증 위기(myasthenic crisis)'라고 부르는 호흡근 마비 합병증을 겪는다. 삽관 또는 기계호흡이 필요한 응급상황으로 집중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4%가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현재 항 아세틸콜린 수용체(Acetylcholine receptor, AChR) 항체가 전체 중증근무력증 환자 85%에서 발견되고, 항 근육 특이 티로신키나제(Muscle-specific tyrosine kinase, MuSK) 항체 양성은 5~8% 환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MuSK 항체 양성 환자의 경우 전신 중증근무력증 진행이 더 빠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고, 2023년 기준 약 1만 명으로 추정 집계할 만큼 그 수도 적어 진단과 치료가 제한적이다. 미국에서는 중증근무력증 재단(MGFA)이 질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6월을 '중증근무력증의 달'로 지정하고 있다.
◇리스티고, 최소 5분에서 최대 18분 투약...새로운 치료 옵션 등장
이러한 상황에서 리스티고가 올해 4월 식약처로부터 항 AChR 또는 항 MuSK 항체 양성 gMG 성인 환자 모두에게 처방할 수 있게 허가받았다.
기존 치료는 증상이나 기능 저하를 완전히 개선하기 어렵고 치료 부담이 크다. 삶의 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치료적 한계와 미충족 수요가 여전한다.
리스티고는 인간화면역글로불린G4(IgG4) 단클론 항체로 FcRn을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중증근무력증에 관여하는 항 AChR, 항 MuSK 등 IgG형 자가항체를 감소 시킨다. 이러한 기전을 통해 뇌신경과 근육 사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자가항체의 혈중 농도가 낮아지고 자가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리스티고는 피하주사(SC) 기전으로 최소 5분에서 최대 약 18분 내외의 짧은 시간 내 투여가 가능해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높인 점을 주목한다. 의료 전문가 지도와 감독 아래 주 1회, 최대 6회까지 투여할 수 있다.
◇임상 데이터가 말하는 리스티고 등장 의미
중증근무력증에서 리스티고 투여 효과는 글로벌 3상인 'MycarinG'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이 연구에서 항 AChR, MuSK 항체 양성인 모든 유형의 전신 중증근무력증 성인 환자에서 일관된 증상 개선,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의 의미를 알렸다.
임상 1차 평가변수는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 개선 정도를 평가하는 'MG-ADL(Myasthenia Gravis – Activities of Daily Living)' 점수였다.
말하기, 씹기, 삼키기, 호흡, 양치, 눈꺼풀 처짐 등 환자의 실생활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리스티고 투약군은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리스티고 7mg/kg 투여 시 치료 8일 후부터 지표 개선이 보였고, 특히 투여 43일 차에 평균 3.37점 감소하며 0.78점 감소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며 빠른 개선을 보였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개선된다.
2차 평가변수는 13개 항목을 기준으로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근육 약화 정도를 평가하는 '정량적 중증 근무력증(Quantitative Myasthenia Gravis, QMG) 점수', 환자 증상과 전문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중증 근무력증 종합척도(Myasthenia Gravis Composite, MGC) 점수' 등을 봤다.
두 지표 모두 점수가 낮을수록 질환의 중증도 완화를 의미하는데, 리스티고 7mg/kg 투여군은 치료 43일차 기준 평균 QMG 5.40점, MGC는 평균 5.93점 감소했다. 위약군과 비교해 각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임상을 최대 52주까지 연장한 ' MG0004' 'MG0007' 결과도 리스티고 투여군의 MG-ADL, MGC, QMG 지표가 지속적으로 유지돼 장기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리스티고의 임상적 가치는 환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증상 지표를 개선했다는 점에 있다.
최근 발표된 MycarinG 연구 사후분석에서 환자보고결과(Patient-Reported Outcome, PRO) 척도를 활용해 리스티고 투여 환자들의 근육 약화 피로감, 신체적 피로감, 연수 근육 약화 등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증상 영역에서 개선 정도를 세분화해 평가했다.
MuSK 항체 양성 및 AChR 항체 양성 중증근무력증 환자와 전체 무작위 배정군에서 MG Symptoms PRO 척도 점수 변화량을 비교 평가한 것이다. 그 결과, 리스티고 7mg/kg 투여군은 치료 43일차에 모든 증상 영역에서 위약군 대비 높은 치료 반응률을 보였다.
MG-ADL 지표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의 생활과 삶의 질에 중요한 증상 영역 지표에서 유의한 개선 결과를 확인한 임상 데이터에서 리스티고 등장 의미를 알 수 있다.
◇경쟁 약제와 차별화… “MuSK+ 포함, 피하주사, 빠른 효과 발현”
특히, 리스티고는 MuSK 항체 양성 환자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는 데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다.
중증근무력증 환자 대부분 AChR 항체가 있지만 일부는 MuSK 항체 양성이다. MuSK 항체 양성 환자는 중증도임에도 기존 치료제 사용 시 반응률이 낮았다.
현재 AChR 항체, MuSK 항체 양성 성인 환자 모두 쓸 수 있는 적응증을 확보한 치료제는 리스티고 뿐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이 리스티고를 허가한 근거로 치료 미충족 수요가 특히 높았던 MuSK 항체 양성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치료 이점을 강조한 이유다.
한국유씨비제약은 리스티고가 기존 치료 옵션에 제한점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수진 유씨비제약 대표는 "기존 치료 대비 보다 다양한 환자에게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최적화된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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