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체중 감량 효과로 널리 알려진 GLP-1 억제제 계열의 당뇨 치료제가 뇌졸중 예방과 뇌 손상 이후 합병증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17일, 미국 신경중재외과학회(SNIS) 제22차 연례 회의에서는 이 같은 약물의 신경계 보호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오젬픽 Ozempic)의 효과를 과거 환자 기록을 토대로 분석해,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의 사망률과 생존율 변화를 확인했다. 전 세계 의료 기록에서 도출된 분석에 따르면, 오젬픽 사용자의 초기 사망률은 5.26%로 비사용자(21.61%)보다 현저히 낮았고, 장기 생존률도 각각 77.5%와 30.9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대학의 자체 데이터에서도 오젬픽 복용군은 사망률이 5.26%로, 비복용군의 26.57%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어 같은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응급실 기록을 활용해 오젬픽 사용과 뇌졸중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오젬픽을 복용했거나 복용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약국 기반의 실사용 데이터를 활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텍사스 대학교 메디컬 브랜치 연구진은 GLP-1 억제제가 뇌출혈과 뇌졸중 후 나타날 수 있는 인지기능 저하, 발작, 재출혈, 사망 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다기관 데이터를 통해 살폈다. 이들은 환자의 치료 경과를 뇌출혈 발생 후 6개월과 12개월, 뇌졸중 발생 후 1년과 2년에 걸쳐 추적 분석한 결과, GLP-1 억제제 복용군에서 전반적인 합병증 발생률이 비복용군보다 낮았다고 보고했다.
한편, 미국 내과의사협회는 세마글루타이드와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을 비교한 분석을 통해 GLP-1 억제제의 심혈관계 보호 효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엠파글리플로진은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로,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제2형 당뇨병 환자 7,899명씩 두 집단으로 나눈 비교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은 엠파글리플로진 복용군보다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이 낮았으며, 특히 65세 미만 또는 혈당 조절이 양호한 환자군(HbA1C 7% 미만)에서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반면, 동일 계열 약물인 둘라글루타이드는 유의미한 효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메드 엘바이오미 위스콘신대 신경외과 연구원은 “물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약물들이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인 보호 효과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코스타 텍사스대 연구진 역시 “이번 연구가 뇌졸중 및 관련 뇌 손상의 파괴적인 영향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GLP-1 억제제의 신경 보호 효과에 대한 탐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들을 통해 나타난 일관된 경향은 뇌졸중 및 뇌출혈 환자의 예후 개선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향후 보다 정밀한 임상 연구와 장기적 추적 관찰을 통해 그 기전을 규명하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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