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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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근감소증 진단에 활용되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별도의 수가를 인정하지 않은 보건복지부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청구할 수 있는 의료행위 범위를 좁혀온 정부 방침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의료인 A씨와 의료기기 제조사 주식회사 B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6월 19일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2023년 9월 발표한 고시 중 문제된 진료 관련 내용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 의료행위는 근감소증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부위별 다주파수 임피던스 분석법을 통해 근육량을 정밀 측정하고, 근력과 신체수행능력 평가를 함께 시행해 근감소증 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2019년 아시아 근감소증 진단그룹(AWGS) 기준에 따라 평가하며, 2021년 9월 10일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1-218호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2023년 개정 고시에서 해당 의료행위를 진찰료나 입원료에 포함되는 기본 진료료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해당 검사를 비급여로 별도 청구하는 방식은 불가능해졌고, 현장에서는 환자 관리를 위한 행위가 제약받는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판결에서는 의료기기를 만든 주식회사 B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도 논란이 됐다. 복지부는 이 회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단 과정에서, 해당 회사가 요양급여 신청이나 신의료기술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나아가 이번 조치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병원들이 이 회사의 제품 구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실질적이고 중대한 경제적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복지부가 해당 의료행위의 성격을 지나치게 축소 해석한 점에 주목했다. 복지부는 이를 단순한 근육량 측정으로만 간주했지만, 실제로는 근력 측정과 신체기능 평가까지 포함된 통합적 진단 행위로, 진찰료에 포함되는 기존 체성분 분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해당 장비가 체육시설 등 비의료 환경에서도 활용된다는 점과 기존 검사 항목과의 유사성을 들어 수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활용 범위가 의료행위의 본질적 목적을 흐리는 요소가 아니며, 기존 검사와는 목적과 방식에서 명확히 구분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임상적 유용성은 인정하면서도, 별도 수가 산정에 필요한 업무량, 자원량,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는 요양급여 대상 여부와 상대가치점수 산정 기준을 혼동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해당 의료행위는 근감소증 진단을 위한 통합적 평가행위로, 단순한 체성분 분석과는 구별된다”며 “복지부 고시는 사실관계에 대한 중대한 오류와 기준 적용의 잘못이 중첩된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 수가 결정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판단과 의료현장의 실제 적용 사이에 해석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감소증 관련 진단 기술이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고려한 제도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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