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 미국도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미국 인구통계 플랫폼 글라리타스 팝팩츠(Claritas Pop-Facts®)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5년 18.6%에서 2030년 20.7%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의 의료 소비 주체가 ‘고령자’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국 정부는 의료부문 전반에 걸친 관세 인상이라는 강경한 통상정책을 시행하면서 고령자들의 의료 접근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령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필수적인 의료기기·의약품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美 의료 관세 정책 고령층에 직격탄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공급망 자립과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의료 분야에 광범위한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명확히 ‘국내 제조 활성화’와 ‘중국 의존 탈피’를 겨냥한 조치이나, 그 충격은 가장 취약한 고령층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미국병원협회(AHA)에 따르면, 미국 의료 시스템은 항암제·면역억제제·항생제 등 핵심 의약품의 상당량을 중국산 원료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제네릭 의약품 원료의 40%가 중국산이다. 이에 따라 고율 관세는 제조원가 상승 → 약가 상승 → 고령자 부담 증가라는 연쇄 작용을 낳는다.

의료 컨설팅 업체 비지엔드(Vizien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의약품 평균 가격 3.84%, 특수 의약품 4.44%, 비의약품 공급망 비용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상승분이 대부분 고령 환자 본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저소득층 고령자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건강 불평등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동휠체어부터 인슐린 펌프까지… 의료기기 ‘고령자에겐 생존도구’

의약품뿐 아니라 고령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국의 고령층은 보행기, 욕실 의자, 전동 휠체어, 인슐린 펌프, 심박조율기, 보청기, 이동 보조기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Next50 재단 분석에 따르면, 중국산 전동휠체어에 14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약 3,000달러에서 7,350달러로 245% 상승할 수 있다. 이는 고정 연금 수입에 의존하는 고령자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의료기기업계는 ‘제로 포 제로(Zero for Zero)’ 방식으로 상호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병원·보험료도 함께 오른다

고령자의 지출은 단지 약이나 의료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 시스템 전반이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블랙북 마켓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의료 시스템 운영비는 6개월 내 15% 증가가 예상되고 장비 업그레이드 연기 94%, 조달 차질 우려 90%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료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의료비 분석기관 KFF에 따르면, 메릴랜드 옵티멈 초이스 2.4%, 뉴욕 인디펜던트 헬스 2.9%,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3.6%가 인상된 2026년 보험료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구조적 인상은 메디케어 수급자의 절반 이상이 연소득 36,000달러 이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많은 고령자들이 실질적인 의료 접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건강 불평등 심화… 관세는 고령사회의 ‘조용한 재난’

현재 미국의 의료관세 정책은 단지 통상정책이 아니라, 고령자 삶의 질과 직결된 사회복지 이슈로 전이되고 있다.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달라지는 ‘건강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인종 고령자, 농촌 지역 거주자, 장애 고령자 등은 이미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번 관세 정책은 그 격차를 더욱 구조화할 우려가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은 제조업 부흥이라는 명분을 가졌지만, 동시에 ‘의료복지국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 계약이 보통 3년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은 즉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계약 갱신 시점에서 상당한 가격 인상이 될것이 예상된다”라면서 “공급망 조달 차질로 인한 2차 파급효과가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미국) 제조 확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델브인사이트(DelveInsight)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APIs 자급률이 12%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라이 릴리(Eli Lilly)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 △머크(Merck) △노바티스(Novartis) △애브비 (AbbVie) 등 주요 제약회사들이 향후 10년간 약 1,500억 달러의 국내 제조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