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면역 단백질인 인터루킨-17A(IL-17A)를 차단하는 약물인 익세키주맙의 장기 사용이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세키주맙(Ixekizumab, 상품명 Taltz)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생물학적 제제이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통합 분석 결과는 지난 9일 의학 학술지 JAMA Dermatology에 게재됐으며, 건선(PsO), 건선성 관절염(PsA), 축성 척추관절염(axSpA) 환자에게 익세키주맙을 장기간 투여했을 때 악성 신생물 발생률은 미국 내 일반인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이번 분석은 총 25개의 무작위 임상시험을 하나로 통합해 이뤄졌으며, 총 9,225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건선 환자가 6,892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선성 관절염 환자가 1,401명, 축성 척추관절염 환자가 932명이었다. 전체 투여 기간을 모두 합하면 약 2만2천여 환자년(환자 1명이 1년간 약을 복용한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에 해당하며, 건선 환자의 경우 최대 6년 넘게, 다른 두 질환 환자들은 평균 3년 이상 약을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본 것으로 나타났다.
익세키주맙을 투여받은 환자군에서 총 악성 신생물 발생률은 질환별로 건선 환자의 경우 환자 100명이 1년간 치료받을 때 평균 0.8명, 건선성 관절염 환자는 0.7명, 축성 척추관절염 환자는 0.4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군에서 연간 발생률은 1.2명 이하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환자 수가 많은 건선 환자군을 중심으로 분석해도 유사한 결과가 반복되면서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다.
암 유형별로 보면,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 가장 많이 보고됐다. 비흑색종 피부암을 제외한 암 발생률은 건선 환자의 경우 환자 100명이 1년 동안 치료받을 때 평균 0.5명, 건선성 관절염 환자는 0.3명, 축성 척추관절염 환자는 0.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축성 척추관절염 환자군에서는 비흑색종 피부암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비흑색종 피부암을 뺀 수치와 전체 암 발생률이 동일했다. 이는 익세키주맙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더라도 악성 신생물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IL-17A 억제가 항암 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의 우려를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임상 현장에서도 의미 있는 근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익세키주맙 치료 환자군의 암 발생률은 미국 내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표준화된 발생률비(SIR)에 따르면, 건선 환자는 0.89, 건선성 관절염 환자는 0.49, 축성 척추관절염 환자는 1.07로 각각 보고됐다. 이 지표는 1보다 낮으면 일반인보다 암 발생률이 낮고, 1보다 높으면 더 많다는 의미로, 세 질환 모두에서 암 발생이 일반 인구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낮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건선성 관절염 환자에서는 SIR이 0.49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이는 해당 환자군에서 암 발생이 일반인보다 적었음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는 기존 생물학적 제제의 장기 안전성 평가 결과와도 일치하며, 익세키주맙의 장기 치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분석을 해석할 때는 몇 가지 제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건강한 편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대부분 백인으로 구성돼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했다. 또한 일부 환자의 관찰 기간이 비교적 짧아 장기적인 경향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흡연, 식습관, 거주 지역 등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환경 요인이 연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연구진은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후속 연구와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익세키주맙의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인종과 지역, 생활 습관을 반영한 다기관 관찰 연구가 추가로 이뤄진다면, 향후 임상 적용에서 더 보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 결과는 익세키주맙이 만성 염증성 질환 환자에게 장기간 사용되더라도 암 발생과 관련된 주요 안전성 우려가 낮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출처: Joseph F. Merola, MD et al., “Ixekizumab and Malignant Neoplasms A Pooled Analysis of Data From 25 Randomized Clinical Trials”, JAMA Dermatol (2025). doi:10.1001/jamadermatol.2025.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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