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혈압 강하용 약제학적 조성물 특허의 유효성을 다툰 특허무효소송에서 대법원 제3부는 지난달 26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했다(2023후1*487). 이번 판결은 특허 청구범위 해석 기준과 정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구체화하고, 의약 분야에서 용량 표현의 기술적 중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은 A제약사가 B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소송으로, 쟁점은 피마살탄 칼륨염 또는 수화물과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염을 포함한 혈압 강하용 조성물 특허의 유효성 여부였다. B제약사가 특허 청구범위에 ‘피마살탄 칼륨염으로 30mg’, ‘암로디핀으로 5mg’을 추가하는 정정청구를 하면서, 이 정정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B제약사는 피마살탄 칼륨염 또는 수화물 30mg과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염 5mg을 포함하는 복합제에 대해 C라는 명칭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A제약사는 2022년 4월, 해당 특허가 명세서 기재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기존 기술과 비교해 새롭지 않다고 주장하며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B제약사는 성분 용량을 보다 명확히 표시해달라는 취지로 청구범위 문구 수정을 요청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A제약사는 정정청구가 기존 청구범위에 없던 내용을 새로 삽입한 것으로 실질적 변경에 해당하며, 이는 특허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명세서에서 인간 대상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동물실험만으로는 실제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청구항이 발명의 설명으로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며, 해당 조성물은 기존 기술을 단순히 조합한 수준으로 통상의 기술자도 쉽게 만들 수 있고, 뚜렷한 효과가 없어 새로운 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B제약사는 정정은 단순한 표현 명확화에 해당하며, 발명은 공지된 성분을 기반으로 완성됐고 동물실험 결과와 제조례를 통해 효과와 성분비가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반박했다. 복합제 투여 시 단일 성분을 각각 투여할 때보다 더 강한 혈압 강하 효과가 나타났고, 특허 요건도 충족된다고 주장했다.
특허법원은 정정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A제약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청구범위 표현을 피마살탄 칼륨염 30mg 또는 이를 포함한 수화물, 암로디핀 5mg을 포함한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염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제조례의 성분비, 식약처의 용량 기재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정은 실질적 변경이 아니라 표현의 명확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효과가 확인됐고, 발명은 실시 가능하며 새로운 기술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제약사는 1심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특히 정정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삼았으며, 정정 후 청구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한 1심 판결이 청구범위 해석과 정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법원은 특허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 문언에 따라 결정되며,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을 근거로 청구범위를 확장하거나 제한하는 해석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약 특허에서는 염 또는 수화물과 유효성분의 용량이 구별되며, 청구범위에 명시된 용량 표현은 기술적으로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마살탄 칼륨염 또는 이의 수화물 30mg’과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염 5mg’이라는 정정 전 표현은 명확하게 기술돼 있으며, 별도의 해석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정정청구에서 추가된 ‘피마살탄 칼륨염으로 30mg’ 및 ‘암로디핀으로 5mg’은 유효성분 기준으로 용량이 달라져 조성물의 적용 범위와 효과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이는 실질적인 청구범위 변경에 해당해 특허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정정 후 청구범위를 전제로 판단한 1심 판결은 위법이며, 사건은 다시 특허법원에서 심리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청구범위 해석과 정정 요건에 관한 특허법의 기준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의약 특허에서 성분 명칭과 용량 표현이 특허 유효성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특허심판과 정정청구 과정에서 이번 판결의 법리를 고려한 보다 엄격한 기준 적용이 요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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