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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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제약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내 제조 기반 복원을 앞세운 이번 발언은 업계와 금융시장, 국제 사회의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외국산 의약품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곧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도록 약 1년에서 1년 반의 유예 기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미국 상무부가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섹션 232 조사와도 맞물려 있다. 의약품과 반도체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해당 조사는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며, 이후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자립을 정책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날 발표는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같은 날 SPDR S&P Biotech ETF(XBI)는 1.4% 상승했고, iShares Biotechnology ETF(IBB)와 ProShares Ultra Nasdaq Biotechnology(BIB)도 각각 0.9%, 1.8% 오름세를 보였다. XBI는 중소형 바이오 기업, IBB는 대형 제약사 중심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BIB는 바이오 업종 주가가 오르면 두 배로 수익이 나고, 떨어지면 손실도 두 배가 되는 고위험 고수익 구조다. 이들 ETF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정책이 즉시 시행되기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고 시장이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제약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제약협회는 미국 연방 정부의 공식 규제 의견 수렴 포털인 regulations.gov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관세는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고,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의약품은 전통적으로 관세 면제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일라이 릴리(Eli Lilly), 애브비(AbbVie),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등 일부 대형 제약사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정책 리스크에 대한 방어적 수단이자,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고율 관세 방침은 약가 정책과도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가를 국제 평균에 연동시키는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정책을 행정명령 형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CNBC 보도에 따르면, 약가 기준과 시행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업계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관세와 약가 규제라는 이중 압박 속에 제약업계는 정책의 전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제 사회로도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직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제약 분야는 호주의 대미 수출 중 핵심 산업으로, 미국 정부에 세부 내용을 즉각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호주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21억 호주달러에 달한다. 그는 “국가 보건의 핵심인 의약품 보장제도는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고율 관세 방침은 제조업 육성과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으로 설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행 여부나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관련 논의는 백악관과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정책의 향후 진행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구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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