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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최근 일본 의약산업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판매후조사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제약 산업에서도 의료 정보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Post-Marketing Surveillance(제조판매후조사) 분야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조사 방식 대신 데이터베이스(DB) 조사가 새로운 조사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8년 4월, 일본의 제조판매후조사 기준(GPSP)이 개정되면서 DB 조사는 공식적으로 제조판매후조사의 한 방식으로 인정받았고, 이를 계기로 의료 정보 활용에서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에서 승인된 신약의 위험관리계획(RMP)을 분석한 결과, 제조판매후조사의 구조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신약 승인 품목 수는 연간 123~146개 수준으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됐지만, 제조판매후조사 건수는 2023년까지 약 80건 전후였던 데 비해 2024년에는 47건으로 급감했다. 이는 후생노동성이 제시한 조사 유형 선택 기준 문서인 '디시전 트리 통지'의 개정 등 제도적 변화가 조사 방식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DB 조사는 전체 조사 건수 감소와는 달리 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0~2023년까지 전체 제조판매후조사 중 약 10%에 불과했던 DB 조사의 비율은 2024년 25.5%까지 증가했다. 특히 대규모 조사와 대조군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DB 조사는 기존 사용 성적 조사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기존 조사에서는 500례 이하의 소규모 조사가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대조군 설정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반면 DB 조사는 300례 이하부터 1만례 이상까지 다양한 규모로 수행되고 있으며, 전체 조사 중 72.0%가 대조군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B 조사에 활용되는 주요 데이터베이스는 민간 의료 청구 데이터인 MDV(32%), 공공 전자의무기록 기반 네트워크인 MID-NET(12%), 건강보험 청구 정보 중심의 JMDC(8%) 등이 있으며, GVHD, 면역결핍질환, 심혈관질환 등 특정 질환을 추적하는 TRUMP-GVHD, PIDJ2, CIRCLe 같은 질환별 등록자료도 활용되고 있다. 조사 주체별로는 외국계 제약사가 전체 조사 중 61.0%, DB 조사 중 70.0%를 수행하고 있어, 해외에서의 의료 데이터 활용 경험이 일본 내 조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방식의 변화는 업무 절차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사용 성적 조사는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 뒤, 증례를 등록하고 조사표를 수기로 회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반면 DB 조사는 병원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 축적된 데이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절차가 간소화된다. 다만, DB 조사는 제품별로 결과 설정, 데이터 존재 여부 확인, 적합한 데이터베이스 선정, 일본 의약품 규제기관인 PMDA와의 협의 등 복잡한 준비 절차가 요구돼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용 측면에서는 DB 조사의 경제적 이점이 뚜렷하다. 300례 규모의 5년간 조사를 기준으로 비교한 시산 결과, 기존 사용 성적 조사에 약 1억7000만 엔이 소요되는 반면, DB 조사는 약 4700만 엔으로 추정돼 단일 시험당 1억2300만 엔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확대 적용할 경우, 2020~2024년까지 계획된 374건의 조사 중 약 20%를 DB 조사로 대체했을 때 약 92억 엔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물론 DB 조사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일본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수는 제한적이며,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신뢰성 확보와 장기적 추적 관찰, 환자의 데이터 활용 동의 취득 등 여러 측면에서 인프라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제약사 간 DB 조사 활용 경험의 편차가 크고, 모든 안전성 검토 사항을 단일 조사로 커버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B 조사의 활용 가능성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희귀질환 의약품에서의 실적 확보, 공공 데이터베이스의 정비, 디시전 트리 개정에 따른 기존 방식의 조사 대상 축소 등은 DB 조사 도입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이다. 앞으로는 데이터 유효성 검증 체계 강화와 평가 항목의 확장을 통해 DB 조사의 적용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제약사가 DB 조사의 구조와 특징을 파악한 뒤 제품의 특성과 목적에 맞춰 조사 방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 기반 접근을 통해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규제 당국과 연구기관 역시 DB 조사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며, 의료 정보 활용 기반의 디지털 전환 성과는 DB 조사의 확산과 경제적 타당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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