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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의학 학술지 JAMA에 지난달 30일 게재된 연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 의료기기 프로그램(Breakthrough Devices Program, BDP)’에 대한 평가를 다뤘다. 이 연구는 BDP가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환자 접근성을 확대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측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함을 조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6년부터 본격 도입한 BDP는 첨단 기술의 빠른 시장 진입을 지원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2024년까지 1,000건 이상의 기기가 혁신 지정을 받으며 제도는 급격한 외연 확장을 보였지만,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FDA는 2016년 1월 1일부터 2024년 9월 30일까지 총 1,041건의 기기에 혁신 의료기기 지정을 부여했고, 이 중 127건이 실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 기기는 75건으로 전체의 59.1%를 차지했다. 고위험 치료기기 34건 중 23건(67.6%)은 해당 질환 분야에서 처음 허가된 사례였으며, 이 중 14건(41.4%)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판된 기기로 분류됐다.

심사 기간도 상당히 단축됐다. 치료용 기기 75건 전체의 평균 심사 기간은 225.8일, 고위험 기기는 243.3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사용자 비용법(MDUFA)은 제조사로부터 심사 수수료를 받고 FDA가 정해진 기한 내에 심사를 완료하도록 한 제도로, 이 기준에 따라 정해진 심사 기한 안에 승인을 마친 고위험 기기는 30건 중 22건(73.3%)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제도가 환자에게 더 빠른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속한 승인 과정 뒤편에는 임상적 증거의 불확실성도 공존했다. 75개 치료용 기기 중 67개(89.3%)는 시판 전 임상시험을 거쳤으나, 8개(10.7%)는 동물실험이나 성능시험 등 비임상 자료만을 근거로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81개의 효과 지표 가운데 40개(49.4%)는 치료 효과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대체 지표에 근거했다. 15개(18.5%)는 통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없이 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 내부에 삽입돼 장기간 작동하는 이식형 기기 등을 포함한 시험의 관찰 기간은 평균 6개월로 짧아,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지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알아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 치료와의 효과 차이를 검증하지 않은 기기가 14건(18.7%)에 달했고, 기대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기기는 11건에 달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검증된 주요 효과 지표 중 18.2%가 충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BDP가 ‘기존 치료보다 뚜렷한 개선 효과가 있는 기기’를 지원한다는 의회의 기준을 실제로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연구에서 제기됐다.

시판 후 관리에서도 문제는 이어졌다. FDA는 치료용 기기 75건 중 30건(40.0%)에만 시판 후 연구를 요구했고, 비임상 시험만으로 승인된 8개 기기 전부에는 별도 연구를 요구하지 않았다. 주요 효과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11건의 기기 중 7건은 시판 후 연구 없이 곧바로 시장에 출시됐다. 또한 시판 후 연구가 요구된 46건 가운데 19건(41.3%)은 예정된 일정보다 지연됐으며, 이들 중 다수는 여전히 치료 효과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대체 지표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임상적 유익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리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시판된 75개 기기 중 9개(12.0%)가 리콜됐고, 이 중 1건(1.3%)은 생명 위협 가능성이 있는 Class I 리콜로 분류됐다. 가장 심각한 사례로는 시술 도중 파손이 발생한 경피적 폐동맥 판막 시스템이 있었으며, 이 기기는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Class I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리콜은 임상 종점 확인이나 치료 효과 비교 없이 승인된 기기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까지의 평균 시판 기간이 2.4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향후 리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BDP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향후 개선 방안으로는 혁신 지정의 기준을 강화하고, 지정 사유의 공개, 주요 평가변수 미충족 기기에 대한 철저한 시판 후 연구 요구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연구진은 시판 후 연구에서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FDA가 해당 기기의 혁신 지정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방안도 하나의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신속성과 안전성, 혁신성과 과학적 확증 사이의 균형이야말로 BDP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출처 : Kushal T. Kadakia, MD et al., “FDA Authorization of Therapeutic Devices Under the Breakthrough Devices Program”, JAMA Internal Medicine(2025). doi:10.1001/jamainternmed.2025.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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