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의료기관 내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2차 감염이 집단으로 발생해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6월 청주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SFTS 환자를 심폐소생술하던 의료진 7명이 혈액과 체액에 노출돼 감염된 사례를 확인하고, 해당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경로와 방역체계 점검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감염의 출발점은 69세 여성 환자였다. 이 환자는 6월 2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여 4일 보은의 병원에 입원했으며, 5일 청주의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9일에는 청주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전원됐다. 환자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고, 11일 심폐소생술 도중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당시 심폐소생술에 참여한 의료진 9명 가운데 7명이 엿새 후인 6월 17일부터 20일 사이 발열, 두통, 근육통,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검사 결과 SFTS 양성 판정을 받아 보건소에 신고됐다.

질병관리청은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삽관, 객담 흡인, 인공호흡기 적용, 심폐소생술 등 고위험 처치 과정에서 환자의 혈액과 체액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은 의료기관 내에서도 SFTS의 사람 간 전파가 현실적인 위험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행히 현재 감염된 7명 모두 증상이 소실된 상태다.

SFTS는 주로 바이러스를 지닌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지만,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중증 환자나 사망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혈액, 체액, 비말을 통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국내 환자의 치명률은 18.5%에 달한다. 이번 사례는 이러한 위험이 병원 내에서도 실현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방역당국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접촉자 관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감염 환자와 접촉했거나 같은 시공간에 있었던 의료진, 장례지도사, 가족 등을 포함해 노출자 전원을 최대 잠복기인 14일의 두 배인 28일 동안 추적 관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감염관리 수칙 준수를 재차 당부했다. 특히 의료진은 N95 마스크, 고글 또는 안면보호구, 전신 가운, 이중 장갑 등 개인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해 혈액과 체액과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사람 간 SFTS 2차 감염자는 총 35명이다. 이 가운데 34명이 의료종사자이며, 1명은 장례지도사다. 대부분이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기관 흡인술 등 고위험 시술 과정에서 감염됐다. 연도별로는 2014년 4명, 2015년 5명, 2017년 1명, 2020년 15명, 2024년 2명, 그리고 올해는 청주 사례의 7명과 강원도 의료기관에서 주사침 찔림으로 감염된 1명을 포함해 8명이 보고됐다.

지영미 청장은 노출자들에게 추적 관찰 기간 중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보건소에 신고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진드기를 통한 감염 예방을 위해 농작업이나 야외활동 시 긴 옷과 모자, 양말을 착용하고,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 예방 수칙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례는 병원이라는 공간조차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경고이자, 의료현장에서의 감염관리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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