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소아용 의약품 개발은 환자 수의 한계, 낮은 수익성, 높은 개발 난이도 등으로 인해 제약업계에서 후순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약사 제도 개편과 약가 인센티브 강화 등 정책 변화와 제약기업들의 전향적인 노력이 맞물리며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약 승인 추이를 보면 소아 적응증을 포함한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 의약산업정책연구소 7월 뉴스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일본에서 소아 적응증을 포함해 승인된 신약은 총 237건이며, 이 중 신규 유효 성분 의약품은 72건, 소아 적응증을 가진 신규 효능 승인은 112건으로 나타났다. 두 항목을 합친 184건은 전체 신약 승인 가운데 핵심 분석 대상으로 꼽혔다.
소아 적응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도별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전체 승인 건수(백신 제외) 대비 35.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책 변화가 개발 현장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함께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약사 제도를 정비하고 개발 지침을 명확히 하는 한편, 독립행정법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를 통해 초기 상담을 제공하며 제도적 지원을 강화했다. 특히 약가 제도에서는 소아 가산 적용 기준이 유연해졌고, 신약창출 가산 대상 품목에 소아용 의약품이 포함되며 인센티브가 확대됐다. 성인 개발과 동시에 소아 개발 계획을 수립한 경우에는 가산율이 인상됐다.
실제 등재 자료를 보면 소아 가산 적용 건수는 해마다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기존 품목에 소아 적응증을 추가한 경우 적용되는 '규격 간 조정만으로 산정 시 특례'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약가 개정 시에도 10% 이상 높은 가산율이 적용된 품목이 증가했다. 또한 2020년 발표된 재심사 기간 연장 및 특정 용도 의약품 지정 제도 창설 등의 정책도 최근 개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개발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분석 대상 184건 중 142건(77%)은 성인과 소아 적응증이 동시에 또는 소아가 선행해 승인된 사례였다. 성인 승인 후 3년 이내에 소아 적응증이 승인된 경우는 전체의 80%에 달했다. 이는 기업들이 초기 임상 단계부터 소아 환자군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경향은 희귀질환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다. 전체 소아 적응증 승인 237건 중 73건(40%)이 희귀질환용 의약품으로, 이는 전체 신약 중 희귀질환용 비율(25%)보다 높았다. 73건 중 67건은 국내 또는 국제 공동 임상시험을 통해 승인됐고, 해외 임상시험만으로 승인된 경우는 6건에 그쳤다.
국제 공동 임상시험의 활용도 확대되는 추세다. 소아 적응증 승인 중 일본 국내 임상시험 자료가 제출된 경우는 45%(82건), 국제 공동 임상시험 결과가 포함된 경우는 41%(75건)였다. 이는 일본이 국제 임상 연구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의 소아 개발 계획 의무화 및 우선 심사 제도 도입 등 해외 정책 변화도 일본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본 내 소아용 의약품 개발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책 기반과 기업 전략이 맞물리며 개발 시점의 동시화, 희귀질환 분야 참여 확대, 국제 공동 임상시험 증가, 약가 인센티브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되며, 향후에도 제도 개선과 환경 조성을 통한 개발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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