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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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심장 초음파 판독 전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되면서, 의료 현장의 진단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예일 뉴헤이븐 헬스 시스템(YNHHS) 연구진이 개발한 판에코(PanEcho)는 숙련된 전문가의 해석에 의존해온 기존 심장 초음파 판독 방식을 자동화하며 진단 체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판에코는 여러 진단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AI로, 2016~2022년 동안 YNHHS 소속 병원과 클리닉에서 수집한 2D와 컬러 도플러 심장 초음파 영상 100만 건 이상을 학습했다. 기존 AI는 특정 영상만 분석하거나 하나의 진단 작업에 그쳤던 반면, 판에코는 39가지 주요 진단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여러 종류의 영상을 함께 분석해 진단하는 방식은 실제 심장 전문의의 판단 과정과 유사하다.

정확도 역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입증됐다. 이러한 결과는 23일 의학 학술지 JAMA에 게재됐다. YNHHS 소속 병원 환자 2만4405명의 심장 초음파 영상 120만 건과 외부 4개 기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8개 진단에서는 정확도 지표인 AUC(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가 평균 0.91(IQR 0.880.93)로 나타났다. 또 21개 측정 항목에서는 오차 수준을 나타내는 MAE(Mean Absolute Error)가 평균 0.13(IQR 0.100.18)로, 전체적으로 높은 정밀도를 보였다.

좌심실 박출률(LVEF)은 내부 검증에서 실제 측정값과 AI 예측값 간 평균 오차가 4.2%, 외부 검증에서는 4.5%로 나타났다. 좌심실 수축기능 장애는 내부 AUC 0.98, 외부 AUC 0.99로 진단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 우심실 기능 장애도 내부 0.93, 외부 0.94, 중증 대동맥판 협착증은 내부 0.98, 외부 1.00으로 평가됐다. 전반적으로 전문의 수준에 근접한 정밀도를 보여줬다.

제한된 환경에서도 판에코는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검사 항목을 간소화한 약식 초음파에서는 15개 진단에서 평균 AUC 0.91(0.870.94), 응급실에서 비전문가가 촬영한 영상 14건에서도 AUC 0.85(0.770.87)를 기록했다.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성능 차이도 없었고, 영상 품질이 떨어져도 좌심실 박출률을 꾸준히 예측해냈다.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판에코는 다양한 방식으로 임상에 적용될 수 있다. 심장 초음파실에서는 보조 판독 도구로 전문가의 진단을 보완하고, 기존 영상 데이터에서 누락된 이상 소견을 찾아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한 지역이나 휴대용 초음파 기기가 사용되는 현장에서는 신속한 심혈관 진단을 가능하게 하며,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는 2D 흑백 영상과 컬러 도플러 영상만 분석할 수 있고, 속도나 혈류량을 보는 스펙트럴 도플러나 3D 초음파 영상은 지원하지 않는다. 영상 속 구조를 자동으로 구분해 인식하는 기능이 없어 복잡한 진단에서는 해석에 한계가 있으며, 유병률이 낮거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는 진단 항목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임상 맥락을 고려한 전문가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

판에코는 모델과 소스 코드를 모두 공개한 상태이며, 의료 영상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연구 및 기술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 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 가능성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와 평가도 진행 중이다.

출처 : Gregory Holste, MSE et al., “Complete AI-Enabled Echocardiography Interpretation With Multitask Deep Learning”, JAMA (2025). doi:10.1001/jama.2025.8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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