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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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농어촌 지역 유일 의료기관 의사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내린 의사면허 자격정지 15일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농어촌 지역 의료 접근성 보장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며, 복지부가 행정처분 기준을 오해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달 1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2024구합744*0). 재판부는 “복지부가 2024년 1월  A씨에게 내린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농어촌 지역 의료 공백을 고려한 사법부의 판단으로 관심을 모은다.

A씨는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B의원’을 개설·운영 중이며, 해당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A씨는 2010년 5월 현지조사에서 일부 수진자가 실제로 내원하지 않았음에도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요양급여비용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복지부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자격정지 3개월 및 요양기관 업무정지 30일에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해당 지역 유일 의료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2011년 10월 모든 행정처분을 면제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11월 22일, 완도군에 거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병원에 내원하자 건강보험 가입자인 내국인 C씨 명의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이 사건은 2019년 1월, B의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조무사의 신고로 드러났고, A씨는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복지부는 이를 2010년 위반에 이은 ‘2차 위반’으로 판단해 자격정지 1개월에서 1/2 감경된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 당시 기재된 위반 일자가 실제와 다르며, 진료 대상인 C씨 역시 병을 앓고 있어 실제 진료가 있었고 외국인은 무료로 진료받았다는 점에서 처분 사유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2010년 위반 이후 재차 동일한 위반이 발생한 만큼, ‘2차 위반’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또한 위반횟수 산정은 가중처분 기준과는 별개로 자연적 횟수로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먼저 위반 일자의 미세한 차이(2018년 11월 22일과 25일)는 A씨의 방어권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고, 해당 처분의 위법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차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복지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위반횟수는 ‘직전 행정처분의 효력 발생일부터 1년(특정 위반은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위반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A씨의 2010년 위반은 2011년 10월 처분 면제로 종료됐고, 이번 위반은 그로부터 7년 이상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사안이므로, 규칙상으로는 ‘2차 위반’이 아닌 ‘1차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복지부 주장대로 자연적인 횟수를 적용하면 같은 용어가 법령 내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이는 법 해석 원칙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번 위반이 외국인 근로자를 돕기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단발성 행위이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금액도 9,220원에 불과한 경미한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형사처벌로 벌금이 부과된 상황에서 다시 자격정지를 내리는 것은 불필요하게 과도한 제재라는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농어촌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감면 규정은 의료인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비록 격오지에서 동일한 위반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더라도, 이는 감경 규정의 문제라기보다는 과징금 제도 도입이나 처분 산정 기간 조정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이 사건 위반을 ‘2차 위반’으로 잘못 간주해 내린 처분이 행정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15일 처분은 최종 취소됐다.

이번 판결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상 위반 횟수 산정 기준 등 의료법령 해석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제시했다. 그리고 농어촌 지역 의료 접근성 보장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고려해 보건복지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한 사법적 판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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