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만성 림프성 백혈병(CLL) 치료법이 임상시험을 통해 성과를 입증했다. BTK(Bruton’s tyrosine kinase) 억제제인 이브루티닙(ibrutinib)은 B-세포 수용체 신호 전달을 차단해 만성 림프성 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세포의 증식, 이동 및 부착을 감소시킨다. BCL2(B-세포 림프종 억제제인 베네토클락스(venetoclax)는 CLL 세포의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이 두 약물은 서로 다른 작용 방식을 가지므로, 이브루티닙과 베네토클락스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 치료법(ibrutinib–venetoclax)이 기존보다 질병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FLAIR(ISRCTN01844152)는 치료 경험이 없는 만성 림프성 백혈병(CLL) 환자 786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786명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이브루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 치료(260명), 이브루티닙 단독 치료(263명), 기존 표준 치료(FCR, 263명)를 받았다. 이후 환자들의 치료 효과와 경과를 약 5년(62.2개월)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병용군의 치료 2년 내 MRD(측정 가능한 잔존 질환) 미검출률은 66.2%로, 단독군(0%)과 FCR군(48.3%)보다 확연히 높았다. 치료 5년 뒤에도 병용군 환자의 약 93.9%가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했으며37, 생존율도 95.9%로 가장 높았다.
IGHV(면역글로불린 중쇄 가변부위) 유전자에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서는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 그룹에서 병용군은 질병 진행 위험을 단독군보다 80%9, FCR군보다 93% 낮췄으며, FCR군 대비 생존율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반면 단독군과 비교했을 때 생존율은 더 긴 것으로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IGHV 변이 환자군에서는 병용군과 단독군 간의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한 결과가 유사했다.
부작용 양상은 치료법별로 달랐다. FCR군에서 호중구 감소증 발생률이 47.3%로 가장 높았으며, 병용군은 27.2%, 단독군은 6.5%였다. 이브루티닙이 포함된 두 군에서는 고혈압과 심방세동 같은 심혈관계 부작용이 더 자주 관찰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부작용이 생존율 저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종류의 암이 새로 발생하는 비율(이차 암 발생률)은 각 치료법에 따라 달랐다. 100 환자-년(patient-years)당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이브루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 치료군에서는 2.8건, 이브루티닙 단독 치료군에서는 3.2건, 그리고 FCR군은 5.5건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100 환자-년’은 100명의 환자를 1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를 가정한 것으로, 환자의 추적 기간을 고려한 발생률 단위이다.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진은 이브루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 치료가 환자의 암세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태(측정 가능한 잔존 질환, MRD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게 하고, 질병 진행 없이 더 오래 생존하게 하며, 전반적인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등 여러 이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암세포가 거의 없는 상태(MRD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인 환자 생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16일 의학 학술지 NEJM에 게재됐다.
출처 : T. Munir et al., “Measurable Residual Disease–Guided Therapy for Chronic Lymphocytic Leukemi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5). doi:10.1056/NEJMoa250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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