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의대 신설을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제시하고,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이전부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 및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의사 수 확충을 통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단순한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며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11월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은 2025년까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의 증원을 요청했으며, 2030년까지는 최대 3,953명 증원을 희망했다. 정부는 앞서 2020년에도 지역의사 300명, 특수 전문분야 50명, 의과학자 50명 등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24년 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76%)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등 국민적 지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는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의 정원 49명을 활용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으나, 관련 법안은 2023년 12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못하고 2024년 5월 29일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서남대 정원을 활용한 기존 공공의대 설립 방안은 현재 법적 근거를 상실한 상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정부 내 실무팀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증원, 수련 구조, 교육과정 등을 포함해 모든 내용을 백지부터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는 “과거 논의되던 공공의대법안과 무관하게 다시 설계를 시작할 것”이라며, 법제도, 재정, 교육과정, 지정 수련병원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월 4일, 당시 대선 후보자에게 공개 제안문을 전달했다. 협회는 의료 위기 해결을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를 위한 현실적 대책 마련, 비정상적인 수련·교육 환경의 개선, 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에 기반한 의료정책 수립 등을 요청했다. 특히,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닌, 의료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보건의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23년 11월 의료정책연구원이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4,010명 중 81.7%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40세 미만 의사와 전공의(인턴), 공보의(군의관)의 반대 입장이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이미 의료 인력이 충분하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많았고, ‘향후 인구 감소로 인한 의사 수요 자체의 감소’가 15.1%, ‘의료비용 증가 우려’ 13.9%, ‘의료 서비스 질 저하 우려’ 13.4% 순이었다. 이는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의대 정원 확대 외에 한의과대학 정원의 일부를 의과대학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76.5%가 반대입장을 보였다.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2.2%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제도가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9년에 재도입된 공중보건장학제도는 5년 연속 목표치의 절반 이하 신청률을 보였고, 2023년 신규 선발 인원은 2명에 불과하는 등 유사 제도가 실패한 전례가 있었다. 일본의 지역의사 확보 정책 역시 실패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으며, 일부 의사들은 노동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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