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독일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비만과 주요 우울장애를 동반한 환자들에게 표준 항우울제에 스타틴 계열 약물인 심바스타틴을 추가 투여해도 우울 증상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심바스타틴은 환자들의 심혈관 건강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당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참여한 무작위 이중맹검 방식의 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설계해 진행했으며, 지난 4일 의학 학술지 JAMA Psychiatr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주요 우울장애와 비만이 동반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항우울 잠재력을 평가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다.
주요 우울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 인구 중 약 6명 가운데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이 질환을 겪을 정도로 흔하며, 전염되지 않지만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비만 역시 전 세계적으로 8명 중 1명이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주요 공중 보건 문제로 지목된다. 이 두 질환은 빈번하게 동반하여 발생하며, 한 가지 질환이 있을 경우 다른 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약 50%에서 6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동반 질환 환자들에게는 더 나은 치료 접근법에 대한 근거 기반의 지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스타틴이 항우울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전의 소규모 임상시험들은 상충되는 결과를 보여왔다.
연구팀은 2020년 8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독일 내 9개 3차 진료 기관에서 주요 우울장애와 비만을 동반한 성인 환자 총 16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39세였고, 79%가 여성이었다. 환자들은 12주 동안 표준 항우울제인 에스시탈로프람(처음 2주간 10mg, 이후 20mg으로 증량)을 복용하면서 심바스타틴 40mg/일 또는 위약을 추가로 투여받았다.
연구의 주된 평가 변수는 몽고메리-아스베르그 우울증 척도(MADRS) 점수의 기준선 대비 12주 후 변화였다. 분석 결과, 심바스타틴을 추가 투여한 그룹과 위약을 투여한 그룹 사이에 MADRS 점수의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혼합 모델 반복 측정 최소 제곱 평균 차이 0.47점; P = .71). 환자 스스로 보고한 우울증 심각도(BDI-II)를 포함한 다른 정신 건강 관련 2차 평가 변수에서도 심바스타틴의 추가적인 항우울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바스타틴 치료는 환자들의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약과 비교해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를 모두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P < .001 또는 P = .003). 안전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이상 반응은 총 4건 발생했으나 그룹 간 차이가 없었으며, 심바스타틴은 위약과 동등하게 잘 견딜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심바스타틴이 주요 우울장애와 비만이 동반된 환자에서 에스시탈로프람에 추가됐을 때 추가적인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비록 심바스타틴이 정신 건강 결과에 효과가 없었더라도, 연구팀은 “임상의들이 심혈관 질환 예방 지침에 따라 이러한 동반 질환 환자들에게 심혈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타틴을 계속 처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보다 심혈관 질환 관련 약물 치료를 덜 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더욱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동반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였다는 점, 높은 연구 유지율(95.6%)과 효과적인 맹검 유지가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특정 대형 병원(3차 진료 기관)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가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윤리적인 이유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환자는 연구에서 제외됐다. 심바스타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앓았던 환자)는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출처: Christian Otte, MD et al., “Simvastatin as Add-On Treatment to Escitalopram in Patients With Major Depression and Obesity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Psychiatry (2025). doi:10.1001/jamapsychiatry.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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