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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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일본의 1차 진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별다른 치료 효과가 없는 진료(저가치 진료)가 전체 의사 중 일부, 특히 상위 10%의 개원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연구는 지난 6일 의학 학술지 JAMA Health Forum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전국 254만 명 이상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1년 동안 이뤄진 진료 기록과 청구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열 명 중 한 명은 최소 한 번 이상 불필요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진료의 절반 가까이는 상위 10%의 의사들이 집중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일본 내 1인 개원의 의원를 방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총 1,019명의 개원의가 포함됐다. 이들 의사의 평균 연령은 56.4세였고, 성별로는 남성이 90.4%를 차지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51.6세로 여성 비율이 58.2%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약물 5종, 영상·검사 3종, 시술 2종 등 총 10가지 항목을 저가치 진료로 정의했으며, 이에 따라 집계된 저가치 진료는 총 43만6,317건이었다. 환자 100명당 연간 평균 17.2건꼴이다.

전체 저가치 진료 중 약 96%는 다섯 가지 항목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제공된 진료는 감기 환자에게 처방된 거담제로, 환자 100명당 6.9건에 달했다. 이어 항생제(5.0건), 요통 주사치료(2.0건), 기침 억제제로 사용되는 코데인(1.9건), 신경통 치료에 쓰이는 프레가발린(0.6건)이 뒤를 이었다. 반면, 비타민 D 검사와 위장 내시경 등은 제공 빈도가 현저히 낮았다. 비타민 D 검사는 전체 환자 가운데 단 48건(0.002%)만 확인됐다.

의사별로 저가치 진료 제공 비중은 뚜렷한 쏠림을 보였다. 전체 저가치 진료의 45.2%는 상위 10%의 개원의가 제공했고, 상위 30%의 의사가 제공한 비율은 78.6%에 이르렀다. 저가치 진료가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기보다, 그런 진료를 자주 하는 일부 의사들의 진료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연령, 자격, 진료량, 지역 등 의사 개별 특성도 저가치 진료 제공과 뚜렷한 연관을 보였다. 60세 이상 고령 의사는 40세 미만 의사에 비해 환자 100명당 평균 2.1건을 더 제공했고,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는 일반내과 전문의보다 0.8건 많았다. 하루 평균 환자 수가 많은 개원의일수록 저가치 진료 빈도가 높았으며, 일본 서부 지역 개원의는 동부 지역보다 1.0건 더 많았다. 다만 성별에 따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의 배경으로 일본 의료체계의 구조를 지목했다. 외래 진료의 대부분이 행위별 수가제로 운영되고, 환자가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는 진료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항목이라도 빈도수가 높아지면 의료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거담제나 항생제가 대표적이다.

또한 세대별 교육 방식의 차이와 수련 체계의 변화도 의사들의 진료 습관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적됐다. 2004년 이전까지는 의대 졸업 후 별도의 수련 없이 개원이 가능했지만, 이후에는 필수 수련 과정을 거쳐야만 진료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예전 방식으로 진료를 배워온 고령의 비전문의들이 최신 진료 지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진료 환자 수가 많은 의사일수록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피로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간편한 진료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자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도입하고, 여러 전문가가 함께 진료하는 팀 기반 진료 체계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저가치 진료가 의료계 전체에서 고르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일부 의사들에게 집중된 현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모든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일괄적인 조치보다는, 저가치 진료를 자주 시행하는 의사들을 선별해 이들의 진료 방식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

출처 : Atsushi Miyawaki, MD, PhD; John N. Mafi, MD, MPH; Kazuhiro Abe, MD, PhD; et al.“Primary Care Physician Characteristics and Low-Value Care Provision in Japan.”JAMA Health Forum. Published June 6, 2025. doi:10.1001/jamahealthforum.2025.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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