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전문가 대신 동료 환자가 치료를 주도하는 방식이 기존의 전문의 주도 치료보다 더 나은 효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임의 배정 임상시험은 미국 코네티컷대학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지난달 27일 의학 학술지 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다.
비만 치료의 핵심은 감량 그 자체보다, 줄인 체중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다. 하지만 대부분은 초기 감량에 성공하더라도 수개월 혹은 2~3년 안에 체중이 다시 늘어난다. 그동안은 전문가가 환자와 정기적으로 만나 식단과 생활습관을 점검하며 체중 관리를 돕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인력 확보가 어려워 실제 현장에서 꾸준히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환자 스스로가 치료를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이 기존 모델을 대체할 수 있을지 실험에 나섰다.
연구는 두 단계로 구성됐다. 먼저 1단계에서는 4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된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에 참가한 사람들 중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한 287명을 선별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2단계에서 본격적인 체중 유지 실험이 시작됐으며,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집단에 배정됐다. 한 집단은 전문가가 치료를 이끄는 표준 치료를 받았고, 다른 집단은 환자들끼리 서로 돕는 자조 치료 모델을 적용받았다.
자조 치료군에서는 이전에 체중 감량에 성공한 참가자들이 멘토로 나서 치료 세션을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성별과 연령대가 비슷한 동료와 짝을 이뤄 매주 체중 변화나 운동량, 식사 기록 등을 공유하며 서로 격려했다. 이러한 동료 간 소통은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고, 총 18개월 중 첫 2개월 동안은 소규모 모임 7회를 통해 초기 운영 방식을 익혔다. 이후 15개월간은 별도의 전문가 개입 없이 동료 간 자율적 교류가 중심이 됐다. 반면 표준 치료군은 전문가가 이끄는 90분 분량의 집단 교육을 총 24회 받는 방식이었다.
실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18개월 후, 자조 치료군의 평균 체중 증가는 0.77kg에 그친 반면, 표준 치료군은 2.37kg 증가했다(P = .002). 각 시점별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6개월째에는 자조 치료군이 −1.44kg, 표준 치료군은 −0.16kg을 기록했고, 12개월째에는 각각 0.04kg과 0.77kg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최종 시점에서는 두 배 이상의 격차가 확인됐다.
이 외에도 이완기 혈압(P = .03), 심박수(P < .001), 하루 평균 걸음 수(P < .001), 좌식 시간(P = .003) 등에서도 자조 치료군이 SOC군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동료 간 주기적인 상호 작용이 지속적인 실천을 끌어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당 체중 변화, 섭취 열량, 운동량을 공유하며 필요한 경우 격려, 조언, 칭찬 메시지를 주고받는 구조였다. 실제로 자조 치료군은 72주 중 평균 57주 동안 진행 상황을 동료에게 보고했고, 그중 87.2%는 피드백을 받았다. 반면 표준 치료군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제한적인 회차로 운영돼 자율성과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환자 중심의 체중 유지 전략이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YMCA, 약국, 종교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건강 프로그램에 이 모델을 접목하면, 별도의 의료 인력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일반인들이 의료 전문 자격 없이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점은, 지역 기반 보건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지역사회 보건사업이나 공공 프로그램과 연계해 활용된다면, 저비용 고효율 체중 관리 전략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당뇨병소화신장질환연구소(NIDDK)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Tricia M. Leahey, PhD et al., “Patient-Delivered Continuous Care for Weight Loss Maintenance: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Internal Medicine (2025). doi:10.1001/jamainternmed.2025.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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