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대법원 제1부는 지난 15일 백수오 제품 공표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한국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제조업체 투자자들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0다296604 판결). 이로써 소비자원의 공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는 항소심 판단이 최종 확정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법원은 “소비자 보호 목적의 정보 공개는 법적으로 보호받는다”고 판단했다.
2015년 4월,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식품원료로 허가되지 않은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시중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소비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보도 직후 백수오 제품을 생산해 온 해당 제조업체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86,600원이던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8,550원까지 떨어졌다.
해당 업체는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보도자료 공표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심문기일이 열리기 전날, 계획대로 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엽우피소 혼입 제품의 인체 위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고, 수원지검은 혼입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업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해당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투자자 18명은 2018년 4월 소비자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이들은 소비자원이 이엽우피소 혼입이 고의였다는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공표해 주가 폭락을 초래했고, 공표 자체도 소비자기본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소비자원의 발표가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 당시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사실은 인정되며,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이뤄진 공표였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갖춘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기본법이 규정한 공표 요건 역시 충족된다고 보아,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일부 표현이 과장되거나 단정적인 어조를 포함하고 있었더라도, 핵심적인 사실관계는 실제 조사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비자원이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만을 확인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렸지만, 소비자 경각심 제고를 위한 공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더라도, 그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을 근거로,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공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공표는 업체가 제공한 백수오 원료에서 실제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사실에 근거하고 있었으며, 소비자원의 판단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정보 공표 이후 발생한 주가 하락과 투자자 손실 사이에 직접적인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에 따른 주가 변동은 시장 반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 판단과 무관하게 시장 반응에 따라 손해를 입었을 뿐, 소비자원의 행위로부터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정보 공개의 대상은 해당 제조사였으며, 그에 따른 시장 반응으로 주식을 보유한 일반 투자자들이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했더라도, 이는 간접적인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익을 목적으로 이뤄진 공표가 명백한 허위가 아닌 이상, 그 내용이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이를 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의 상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해당 정보 공표 행위에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소비자기본법상 공표 권한을 가진 기관이 공익적 목적에 따라 정보를 제공한 경우, 해당 공표가 위법으로 판단되려면 명백한 허위 사실이거나 객관적 근거가 결여되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일부 표현에 의견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에 기반하고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쉽게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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