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사람은 파킨슨병(PD)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이상 높다는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 결과가 27일, 의학 학술지 JAMA Neurology에 게재됐다. 신경 발달 이상이 신경 퇴행성 질환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증적으로 제기된 셈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1974년부터 1999년 사이 스웨덴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20세가 된 이후부터 2022년 말까지의 건강보험 자료를 추적해 분석했다. 총 227만 8,565명이 분석에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5만 1,954명이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들의 의료기록이 누적된 전체 분석 기간은 3,385만 인년(person-years)에 이르렀다. 인년이란 한 사람이 1년간 연구에 참여한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단위로, 예를 들어 10명이 10년간 관찰되면 100인년이 된다.
이 가운데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자폐 진단 이력이 없는 2,226,611명 중 438명(0.02%)이었고, 자폐 진단을 받은 5만여 명 중에서는 24명(0.05%)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발병률로 환산하면 각각 1.3명, 3.9명이다. 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정신질환 및 파킨슨병 가족력, 자폐 진단 시기 등을 보정한 후에도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의 파킨슨병 위험은 최대 4.5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분석 방식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총 세 가지 통계 모델을 사용해 자폐 진단과 파킨슨병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단계별로 검토했다.
가장 기본적인 1단계 모델에서는 연령과 성별만을 반영했고, 이 경우 자폐 진단자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은 4.43배(95% 신뢰구간 2.92~6.72) 높았다.
두 번째 모델에서는 자폐 진단 시기, 부모의 교육 수준, 소득 수준을 추가로 고려했는데도 상대위험도는 4.53배(95% CI, 3.00~6.86)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정신질환 병력과 연령까지 반영한 모델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경우에도 자폐 진단자의 파킨슨병 위험은 4.59배(95% CI, 3.01~7.01)로 분석됐다.
자폐 진단자의 절반가량은 우울증 진단 또는 항우울제 복용 경험이 있었으며, 이들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파킨슨병 발병 위험은 2.01배(95% CI, 1.40~2.88) 높았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항우울제 복용 이력 등 정신 건강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의 파킨슨병 위험은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태어난 시기의 조건인 조산 여부도 발병 위험과 뚜렷한 관련은 없었다.
항정신병약물 사용 역시 파킨슨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전체 자폐 진단자 가운데 약 31.5%는 이 약물을 처방받은 이력이 있었고, 이들의 발병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34배(95% CI, 3.83~10.48) 높았다.
하지만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한 자폐 진단자만 따로 살펴본 결과에서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파킨슨병 위험은 여전히 2배(95% CI, 1.27~3.14)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약물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자폐 진단자에게서 파킨슨병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약물 복용 이후 10년 이상이 지난 뒤에도 파킨슨병 위험이 높게 유지된다는 점은, 자폐 진단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자폐와 파킨슨병이 모두 뇌 속 도파민 신경 경로에 문제가 생기는 방식으로 발병할 수 있으며, 두 질환이 비슷한 유전적 특징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기 발병 파킨슨병과 관련된 PARK2 유전자가 자폐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자폐를 가진 사람들은 중장년기에 접어들면서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장기적 관찰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Weiyao Yin, MD, PhD, et al. “Risk of Parkinson Disease in Individuals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JAMA Neurology, published online May 27, 2025. doi:10.1001/jamaneurol.2025.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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