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관리급여 추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비급여의 자율성을 훼손한 채 실손보험사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2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 정부가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한 상황에서 의료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의협은 특히,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제2차 실행방안 가운데 ‘관리급여 보고안건’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정된 점을 문제 삼았다. “퇴임을 앞둔 정권이 의료체계를 좌우하는 구조개편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이다.
비판의 핵심은, 관리급여 제도가 실손보험 손해율을 기준으로 비급여 항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협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가 항목을 결정하는 방식이 실손보험사의 이익 중심으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과거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비급여를 자율시장으로 본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사례도 언급됐다.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술(PRP)이 선별급여로 전환되며 가격은 낮아지고 적용 조건은 까다로워져, 결과적으로 다수 의료기관이 해당 시술을 포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환자의 치료 기회가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관리급여가 사실상 ‘비급여 퇴출’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우려다.
비급여 구조에 대한 시각도 제시됐다. 의협은 “의료계가 비급여 금액을 일방적으로 책정한 것이 아니라, 실손보험이 과도하게 이를 보장하면서 수요가 왜곡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손보험 미가입자의 의료 접근성 확대가 먼저라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수가협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2차 수가협상 직후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올해 협상은 일차의료 살리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의원 유형의 수가 인상을 위한 대폭적인 추가 소요 재정, 이른바 ‘밴드’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의 여파로 상급종합병원 진료량이 급감하며,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델에서 의원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박 회장은 “수가협상의 구조 자체가 SGR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를 뒤집기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예외적 상황임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환산지수 차등적용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진찰료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차등 인상 방식을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의원급 대다수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진찰료 비중이 높은 기관조차 차등적용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수가협상의 핵심 전략으로 수가 인상보다도 ‘추가 소요 재정 확대’와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폐’를 꼽으며, 이러한 구조조정이 일차의료를 회복시키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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