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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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혈당 관리가 인지기능 유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둘러싼 임상적 근거가 제시됐다. 미국 전역 36개 임상센터에서 진행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 ‘GRADE(Glycemia Reduction Approaches in Diabetes)’ 연구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에 더해 사용된 네 가지 혈당약은 기억력, 집중력, 언어 처리 등 다양한 인지기능 전반에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은 경우에는 인지기능이 조금씩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10년이 안 된 환자 3721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메트포르민을 기본으로 하면서 네 가지 약제 중 하나를 무작위로 배정해, 평균 4년 넘게 치료 경과를 지켜봤다. 주요 평가 항목은 전두엽 실행기능을 반영하는 Digit Symbol Substitution Test(DSST)였으며, 보조 지표로는 단어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보는 검사(SEVLT)와, 제한된 시간 안에 동물 이름이나 특정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말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언어 유창성 검사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약제 종류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DSST 점수는 글라진 인슐린군 45.2점, 글리메피리드군 45.1점, 리라글루타이드군 44.6점, 시타글립틴군 44.9점으로 유사했고(P=0.59), 언어 및 기억력 지표에서도 유의미한 격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평균 혈당수치(당화혈색소, HbA1c)가 1% 높아질 때마다 DSST 점수가 약 0.94점 낮아졌고, 단어 기억력이나 동물 이름 말하기 점수도 각각 0.27점, 0.28점씩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혈당 조절이 인지기능 유지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평균 약 1점 이내의 점수 변화가 실제 임상적 의미를 갖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GRADE 연구의 공동책임자 조제 루칭거(José A. Luchsinger) 박사는 “기억력이나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많지만, 어떤 약을 썼느냐보다 혈당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가 더 뚜렷하게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혈당이 높을수록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치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혈당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ACCORD-MIND라는 연구에서는 평균 혈당 수치를 6% 미만으로 낮추려 한 그룹과 일반 치료 그룹을 비교했을 때 인지기능 차이는 없었고, 오히려 저혈당이 자주 발생하면서 그 영향이 결과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이번 연구는 평균 연령 57세로 비교적 젊고, 질환 지속 기간이 짧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치매 진단을 받은 대상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모든 참가자는 메트포르민을 기본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별 약제의 단독 효과를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종과 교육 수준, 병원 시스템을 포괄한 대규모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결과의 신뢰도는 높다는 평가다.

혈당강하제 선택이 인지기능 유지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인 혈당 조절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향후에는 약제별 세부 아형, 인구 집단 간 차이, 고위험군 대상 특이 반응 등을 규명하는 정밀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19일 의학 학술지 JAMA에 게재됐다.

출처: José A. Luchsinger, MD, MPH et al., “Glucose-Lowering Medications, Glycemia, and Cognitive Outcomes: The GRADE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Internal Medicine(2025); doi:10.1001/jamainternmed.2025.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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