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충수염 수술을 앞두고 항생제를 미리 투여하는 것이 실제로 충수 천공을 막는 데 도움이 될까? 핀란드와 노르웨이 3개 병원의 공동 연구진이 수행한 무작위 비열등성 임상시험(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떨어지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한 시험) PERFECT-Antibiotics trial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급성 단순 충수염 진단을 받은 성인 1,7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항생제 조기 투여가 수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수술 전 대기 시간 동안 정맥항생제(세푸록심 1,500mg, 메트로니다졸 500mg)를 8시간 간격으로 투여받은 그룹과, 별도의 항생제 처치를 받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었다. 다만 두 그룹 모두 마취 유도 시에는 예방적 항생제를 1회 투여받았다. 주된 평가지표는 수술 중 확인된 충수 천공 여부였으며, 비열등성 기준은 5%포인트로 설정됐다.
결과는 명확했다. 항생제군의 천공 발생률은 8.3%, 비항생제군은 8.9%로 나타났으며,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통계적으로도 비열등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p=0.66), 이는 곧 충수 절제술을 24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한 항생제를 미리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만 감염 관련 부수 지표에서는 항생제군이 다소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수술 부위 감염률은 항생제군이 1.6%, 비항생제군은 3.2%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복강 내 감염은 각각 0.7%와 1.9%였다. 복강 내 감염으로 인해 재중재가 필요했던 환자 수는 항생제군이 3명, 비항생제군이 9명이었으며, 혈액배양 검사 결과도 항생제군은 1건, 비항생제군은 8건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2).
특히 복강 내 감염 환자 중 일부는 영상 유도하 배액술이나 전신마취 하 재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으며, 이로 인해 입원 기간이 길어지거나 회복이 지연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감염이 수술 후 30일 이내에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수술 직후의 감염 관리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시사했다.
추가 분석에서는 CT 검사상 충수 결석이 확인된 환자 399명이나 수술 전 대기 시간이 8시간 이상이었던 환자군에서도 항생제 투여 여부에 따른 천공 발생률의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충수 결석이 있는 경우에도 항생제가 질병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비수술 치료 전략에 대한 기존 가설을 되짚게 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 전 항생제를 일률적으로 투여하는 관행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일 예방적 항생제 1회 투여로도 충분한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반복 투여의 임상적 이점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복강 내 감염 1건을 막기 위해서는 83명을, 재중재 1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125명을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14일 의학 학술지 JAMA Surgery에 발표됐다.
출처:Karoliina Jalava, MD, et al. “Role of Preoperative Antibiotic Treatment While Awaiting Appendectomy: The PERFECT-Antibiotics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Surgery. Published online May 14, 2025. doi:10.1001/jamasurg.2025.1212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