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어린 시절 영양 취약 상태(Food Insecurity)를 겪은 아이들은 청년기에 심혈관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의 오랜 기간에 걸친 추적 관찰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부의 식량 보조 제도인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을 이용하지 못한 가정의 자녀일수록 성인 이후 비만율이 높고, 신체 활동 점수와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 지표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15일, 의학 학술지 JAMA Cardiology에 게재됐다. 연구는 1998~2000년 사이 출생한 1,07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의 3~5세 시절 영양 취약 상태 경험과 SNAP 수급 여부가 청년기 심혈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평균 22.3세까지 추적 관찰됐고, 전체의 53%가 여성, 39%는 유년기에 영양 취약 상태를 겪었으며, 44%는 SNAP을 수급한 가정 출신이었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라틴아메리카계 이민자 후손) 등 인종적 소수자와 저소득층 가정이 다수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미국심장협회가 제시한 ‘라이프 에센셜 8(Life’s Essential 8, LE8)’ 지표를 활용해 심혈관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LE8은 혈압, 혈당, 혈중 지질, 체질량지수(BMI), 식습관, 신체 활동, 흡연 여부, 수면 등 총 8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며, 각 항목을 기준으로 0~100점의 건강 점수를 부여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수면 관련 자료가 누락돼 7가지 항목만을 바탕으로 LE8 점수를 산출했다.
주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년기에 영양 취약 상태를 겪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LE8 점수가 2.2점 낮았다(95% 신뢰구간 -4.0~-0.4). 특히 BMI 항목에서의 점수 차이는 평균 4.9점에 달했고, 비만 기준에 해당하는 BMI 30 이상을 기록할 확률이 1.4배 높게 나타났다(AOR 1.40, 95% CI 1.07~1.84). 반면,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등 다른 심혈관 위험 요소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SNAP 수급 여부에 따른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SNAP을 받지 못한 가정 출신의 경우, 받은 경우보다 전반적인 건강 점수 하락 폭이 컸다. 예컨대 SNAP 비수급자는 평균 LE8 점수가 4.9점 낮았고, BMI와 신체 활동 항목에서도 각각 7.7점과 11.5점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SNAP을 수급한 가정의 자녀들은 식이 점수가 다소 높게 나타나는 등 일부 항목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관찰됐다. 이는 아동기 공공 식량지원 제도의 건강 보호 효과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영양 취약 상태가 단순한 칼로리 부족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자율적 식습관 형성이나 정서적 안정, 건강행동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부모의 통제적 식이 방식, 가공식품 위주의 섭취, 의료비와 식비 사이의 우선순위 갈등 등은 건강한 성장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 요인들이 장기적으로는 비만과 같은 대사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SNAP 참여 여부가 비만 위험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SNAP 수급 여부는 단순히 식량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건강 형평성을 확보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아청소년 시기의 건강 기반 형성을 위한 조기 개입은 향후 성인기 만성질환 부담을 줄이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책 당국은 SNAP의 참여 문턱을 낮추고 대상 가정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인종과 지역, 사회경제적 배경을 반영한 후속 연구를 통해 영양 취약 상태와 심혈관 건강 간 인과관계를 더욱 면밀히 규명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출처: Emily L. Lam, BA, Abigail M. Gauen, MS, Namratha R. Kandula, MD, MPH, et al. “Early Childhood Food Insecurity and Cardiovascular Health in Young Adulthood.” JAMA Cardiology. Published online May 14, 2025. doi:10.1001/jamacardio.2025.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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