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보건의약단체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진행하는 2026년 수가협상(요양급여비용 계약)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약국 경영환경이 코로나 때보다 어려웠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지표들을 바탕으로 이번 수가협상에 적극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은 지난 14일 전문언론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최근 약국경영 환경 및 건보재정 현황과 함께 약사회가 이번 수가협상에 임하는 각오를 설명했다.

수가협상(요양급여비용 계약)이란?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제공한 의료서비스(행위, 약제, 치료재료 등)에 대해 서비스별로 '수가(가격)'를 정해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제불하는 행위별수가제(fee-for-service)를 실시하고 있다.

수가금액은 '상대가치점수 x 유형별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로 산출하게 되는데, 상대가치점수란 의료행위에 소요되는 업무량·위험도·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가치를 의료행위별로 비교해 상대적인 점수로 나타낸 수치이며,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를 금액으로 바꿔주는 지표다.


매년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가 수가협상에서의 추가소요재정(밴딩) 상한선을 설정·의결하면, 이를 바탕으로 가입자단체(건보공단)가 공급자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와 협상을 통해 세부적인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오인석 단장은 "작년은 약국 현장에서 체감한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았던 코로나19 시기보다 더욱 힘들었다"라며 "2024년 약국 행위료 증가율은 전년 대비 1.9%가 증가했는데,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인건비나 재료비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소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약국 서비스는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절대적·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최근 급변하는 보건의료 환경이 약국 경영비용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수진자 수와 조제건수는 모두 감소하는 추세지만 조제건당 진료비는 전년 대비 4.9% 증가했으며 약국 행위료 점유율은 2007년 10.7%에서 2023년 9.8%로 1%p 가량 하락했다.

다시 말해, 환자 수와 처방약 조제는 줄어 들고 있지만 장기 처방이 대폭 늘고 고가약 처방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진료비가 증가해 약국 경영난이 심화한다는 뜻이다.

특히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대란이 해를 넘겨서도 지속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중심의 장기 처방이 폭증한 것이 가장 큰 리스크 중에 하나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이뤄진 처방전을 살펴보면, 장기 처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51~60일 처방전의 경우 2014년 3.6%에서 2024년 7.1%로 2배 가량 늘었고 ▲81~90일 처방전은 1.2%에서 3.5%로 ▲91일 이상 처방전은 1.0%에서 2.7%로 증가했다.

오 단장은 "의료대란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외래 환자 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기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이는 장기 처방을 지양하고 단기 처방을 권고하는 정부 기조와도 상반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기 처방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동시에 약국에는 많은 양의 의약품 조달과 재고 비용, 높은 카드 결제 수수료 등 부담이 쌓이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뿐만이 아니다. 의약품 수급 불균형 및 품절약 사태 장기화도 약국 경영에 타격을 주고 있다.

약사회가 회원 약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재고가 없는 약을 구하기 위해 진행된 약국간 거래 횟수는 2021년 125건에서 2023년 217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약국이 아니라 약국 한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약사가 거의 매일 한 번씩 부족한 약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약국과 거래를 한다는 의미다.

오 단장은 "수급불안정 상황 장기화로 약국의 의약품 재고 확보 및 대체의약품 구비 등 약국 행정 업무와 비용 부담은 대폭 증가했다"라며 "하지만 약사가 '약을 구하는 행위'는 약사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 이 모든 업무에 대한 별도의 행위료는 전무한 상태"라고 전했다.

긍정적인 것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는 4년 연속 흑자를 거두고 있으며, 누적수지는 30조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 구조를 기록하고 있다.

오 단장은 "현재 수가 인상을 위한 건보재정 여력은 충분하다"라며 "무너지는 약국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2026년도 수가협상은 밴드 나누기식 협상이 아니라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숫자를 나눠 갖는 협상이 아니라, 어떤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를 따져야 할 때"라며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실증 기반의 자료와 구조적 손실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협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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