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저를 포함해 지금 여기 있는 40세 이상 남성 5명 중 1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입니다. 40세 이상 남자 5명이 모이면 1명은 COPD라는 건데 아무도 모를 거예요."
이진국 가톨릭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9일 오전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듀피젠트 COPD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COPD 치료 환경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8년 유광하 건국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건강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대한민국 인구의 성별, 연령 등 특성을 고려해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 후 건강 상태를 측정했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 건강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
이 조사에서 대한민국 40세 이상 성인 13.4%가 COPD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흡연율이 높은 남성은 19.4%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영향 조사에서 검사한 결과, COPD가 새로 진단된 사람 중 2.4%만 '사실은 COPD라는 병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으며, 이중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 사람은 2.1%에 불과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이 데이터는 변하지 않았다. 40대 이상 성인 남성 5명 중 1명은 COPD라고 얘기한 이유이다. COPD는 폐암보다 사망률이 높은 폐질환임에도 국내 40대 이상 성인 10명 7명은 어떤 병인지조차 제대로 모른다. 안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 하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분명히 5명 중 1명은 COPD인데, 검사를 안 받으니 당연히 치료를 받을 일도 없다. 우리나라 COPD 치료 상황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자료인데 안타깝다"면서 "COPD 진단 현황과 유병률은 10년 넘게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COPD 치료 시장에서 최초로 듀피젠트(두필루맙)라는 생물학적제제가 출시돼 국내 의료진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담배 주요 원인 아니야, 대기오염·결핵 등 요인 다양
COPD는 만성적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포가 파괴되는 병인데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염증이다.' 염증 때문에 폐가 망가져서, 숨도 차고 여러 증상이 생기고 말기에 가서 호흡조차 어려워진다.
문제는 COPD가 담배 외에도 실상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남녀 모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아시아 등 꽤 많은 국가에서 담배에 의한 병이라고 생각해서 환자를 오진하거나 놓치는 가장 큰 이유다.
이 교수는 "서양은 담배에 의한 COPD가 메인이지만, 동양은 담배에 의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여성 발병율이 40세 이상에서 10% 정도인데, 여성 흡연자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다른 이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주요한 요인은 실내외 대기 오염이다. 미세먼지, 연기 등을 비롯한 대기오염이 폐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결핵도 있다. 결핵이라는 병 자체는 없어져도 폐에 흉터나 상처를 남겨 구조적인 변성을 가져 COPD가 생길 수 있다. 한국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COPD 원인들이다.
이 교수는 "COPD는 단순히 나이 들어간 담배를 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인생 전반을 걸쳐 아우르는 다양한 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질환임을 꼭 기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 피우고, 나이 든 남성'에서 생기는 병이라는 편견 때문에 COPD가 제대로 진단되지 않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유전적 요인이나 어려서 몸이 안 좋아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거나, 공해에 노출되거나, 제왕절개 등 많은 이유가 있다.
백일해를 앓으면서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함으로써 COPD가 생기거나, 인스턴트 식품 섭취, 소아 천식 등 요소도 성인이 되서 COPD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안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얘기다. 알고도 모르게 COPD를 앓고 있는 한국 성인들이 많다.
▶국내 잠재적 환자 300만 명, 진단은 최대 20만 명에 불과
하지만, 국내 COPD 인식과 치료 환경은 매우 제한적이다. COPD 진단 환자는 10~2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나이가 많거나, 남성이거나, 사회경제적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 COPD 발병이 흔한데 치료를 위한 비용적 부담과 입원도 자주해야 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잠재적 환자가 더 많다는 점이다. 앞서 국민건강영향 조사를 토대로 하면 약 300만 명의 잠재적인 COPD 환자를 예상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실제 진료를 보고, 약을 쓰고, 치료로 관리받아야 하는 사람은 300만 명인데 10~20명 만 진료를 보는 것은 큰 문제이며, 그 이유 중 하나가 COPD 질환 인식이 떨어지고 ,폐기능 검사를 잘 안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많은 경우 나이가 들어서 숨이 찬다거나, 담배를 펴서 가래기침이 있다고 생각할 뿐 COPD 같은 폐질환으로 생각지 못 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이 교수는 "단일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은 관리 효율성 등에서 여러 장점이 있지만, 반면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약제가 존재하고, 관련 지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 역시 COPD가 국내에서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COPD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 하면서 한국 경제가 부담하는 직간접적 비용은 ㅜ무려 1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이 교수와 관련 학회 주장이다.
이 교수는 COPD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직접 지불하는 의료비 부담도 상당하지만, COPD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COPD 환자는 증상 악화로 인해 스스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필수적이다. 직접적인 의료비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간병비와 같은 간접적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환자는 호흡곤란 같은 증상으로 일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비용를 한국 사회가 모두 나눠야 한다.
이 교수는 "간접적 비용까지 다 계산하면 COPD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직접적인 의료비 이상으로 상당하다. 2019년 학회에서 한국에서 COPD로 쓰는 돈이 얼마인지 계산했는데 1조4000억원의 소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뇨나 혈압, 웬만한 암 보다 훨씬 질병 부담이 큰 데도 사람들은 COPD가 뭔지 모른다. 심지어는 호흡기 내과를 5년 10년을 다녔는데 진단명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치료제 해내지 못한 급성악화 감소, 유일한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
COPD는 매우 흔하지만 염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절대 나을 수 없는 병이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는 크게 기본적으로 염증을 없애는 기전의 약을 쓰거나 폐쇄된 기도를 확장하는 기관지 확장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제한적인 치료 환경으로 전신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약물 또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급성악화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건강, 경제적 부담이 여전하다.
급성악화가 한 번이라도 발생한 경우 향후 급성악화 위험과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늘어난다. 첫 번째 중증 급성악화를 겪은 후 3.6년 내 사망률은 약 50%다. 의료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급성악화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듀피젠트가 COPD에서 최초, 유일한 표적치료 생물학적제제로 허가받아 출시됨으로써 국내 의료진 기대감이 커진 배경이 여기에 있다.
듀피젠트는 COPD 주 원인인 제2형 염증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인 인터루킨-4(IL-4), 인터루킨-13(IL-13) 사이토카인을 표적하는 기전을 통해 지난 3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표준흡입요법으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혈중 호산구가 증가한 성인 COPD 적응증을 받을 수 있었다.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장기 지속형 베타2-작용제(LABA), 장기 지속형 무스카린 길항제(LAMA) 병용요법 또는 ICS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LABA와 LAMA 병용요법)
듀피젠트는 BOREAS와 NOTUS라는 3상 임상 2건에서 COPD 중등도-중증 연간 악화율을 위약군 대비 각각 30%, 34% 낮췄다.
연간 악화율을 낮췄다는 것은 예로, COPD 환자가 1년간 급성 악화가 발생할 확률을 줄였다는 것이다. 사망까지 이어지는 COPD 중증도-중증 환자에서 급어 악화 위험 빈도를 두 연구에서 각각 30%, 34% 낮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교수는 "위약군은 흡입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약제를 최대로 쓴 환자였다. 어떤 치료제도 그간 3제 흡입제를 쓰고 급성 악화 위험을 줄일 수 없었다. 듀피젠트를 추가해 위험을 30% 이상 줄인 것은 대단한 결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3제를 다 쓰고 상태가 악화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호흡기 의사 입장에서 듀피젠트 같은 약제가 나와 너무나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듀피젠트는 폐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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