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28년 동안 운영되던 국가지정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가 올 2월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다. 정부의 R&D 삭감 여파로 재정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 없이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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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설립된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 Med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 기반 구축사업의 전문연구 활용사업으로 국내 유일의 의학, 간호학, 치의학 분야의 전문연구정보센터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정보를 수집, 개발, 보급을 통해 생명과학 기술의 향상과 궁극적으로는 국민 보건의 수준을 높여 건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과학분야 정보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속해 왔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KMbase) 서비스를 비롯해 ▲한국임상연구데이터베이스(KCT) ▲근거중심 임상질문 답변(EviPedia) ▲코크란 한국어 번역 라이브러리(Cochrane Library)를 구축·제공했으며 근거중심의학 확산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통해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달(2월)을 끝으로 의과학연구정보센터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재정난이 그 이유다.

의과학연구정보센터 관계자는 "2024년 갑작스러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라며 "이에 2025년 2월부터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는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그동안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분간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KMbase)를 포함한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 홈페이지는 유지된다.

<팜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미 작년부터 재정난이 심화하며 소속 연구원들이 조기에 연구를 중단하고 사직하는 등, 본격적인 정리 수순을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NRIC 전문연구정보 중앙센터도 2월을 끝으로 사이트 운영이 종료된다.

NRIC(Nation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전문연구정보 중앙센터는 국내 연구자들에게 기초연구에 필수적인 연구지식 정보를 수집·가공·재생산해 서비스하고 산학연관 등 연구 생태계 구성원 간 소통의 장을 제공해 기초연구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운영돼 왔다.

하지만 앞서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와 마찬가지로 올 2월을 끝으로 NRIC 전문연구정보중앙센터 역시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서비스를 끝내게 된다.

NRIC 전문연구정보중앙센터 측은 "오는 2025년 2월 28일부로 사이트 운영이 종료된다"라며 "회원 계정 및 회원정보는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라 기한 내에 삭제해 파기된다. 그동안 NRIC 전문연구정보 중앙센터에 보내 주신 성원에 감사 드린다"라고 전했다.

서비스 종료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 역시 국가 R&D 예산 삭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국내 신약개발 연구자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탄탄한 기초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결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약개발 연구자는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장기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단시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제약바이오에 대한 단기 투자 매력 감소와 국가연구개발비 지원이 감소하면서 신약개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큰 상황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적인 신약 개발 사례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꼽았다.

지난 2001년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은 1960년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의 종양 생물학자 노엘(Peter C. Nowell)과 헝거포드(Hungerford) 박사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만성 백혈병 환자의 염색체 중에서 22번 염색체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필라델피아 염색체'라고 명명했다.

이후 1973년에 필라델비아 염색체가 22번 염색체 일부분과 9번 염색체 일부분이 교차하면서 발생되는 것이 확인됐고 1987년에 해당 변이에 의해 만들어진 티로신 인산화효소가 백혈병 발병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1993년에 이르러서야 제약업계에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고 2001년 5월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만성 백혈병 발병 기전이 최초로 밝혀진 이후 약 40년이 지나서야 치료제가 나온 셈이다.

앞서의 연구자는 "글리벡이 나오기 전에는 백혈병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3년 정도에 불과했다. 유일한 치료법이 골수이식인데, 제때 골수이식을 받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글리벡이 등장하면서 골수이식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글리벡이 '마법의 치료약'이라고 불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글리벡과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라며 "다만, 이러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자칫 신약개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심히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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