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2024년은 간호법 제정으로 의료계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던 한 해였다.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이 수정안을 통해 다시 추진되며 PA(진료지원) 간호사 법제화와 함께 의료 체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직역 간 갈등과 전공의 교육환경 악화 우려 등 여러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 간호법, 다시 돌아온 이유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폐기된 간호법을 수정해 올해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의 발의로 재추진했다. 새 간호법안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고 PA 간호사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며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PA 간호사는 혈액검사와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 일부를 수행하며 약 1만 명이 활동 중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간호법 제정은 PA 간호사의 역할을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 아래 수행하도록 명문화해 안정성을 부여했다.
또한, 간호사가 ‘재택 간호 전담기관’을 독자적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는 간호사가 지방 노령자의 자택을 방문해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사실상 의료·요양 기관 설립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의사단체와 의료계 일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 본회의 상정 앞두고 직역 간 갈등 폭발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할 기반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총파업을 예고했다. 특히 간호법 1조에 명시된 ‘지역사회에서 간호 혜택’이라는 문구가 향후 단독 개원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협회는 이 문구가 간호사의 역할을 의사의 감독 없이 확대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법안 폐기를 주장했다.
간호협회는 이를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며 현행 의료법과 간호법 모두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대비와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필수적 법안”이라며,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사의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돌봄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이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며, 의료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 간호사들의 결의, "간호법은 시대정신"
지난 5월 23일, 전국 간호사 2만여 명이 모인 결의대회에서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신경림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여야 정치인들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간호사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이며,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간호사들의 법적 보호와 업무 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혜숙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의료법이 간호사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간호사들이 불명확한 지시를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국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간호사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간호협회는 추가 집회를 통해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알리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 PA 간호사 법제화와 전공의 우려
지난 8월 27일 여야는 PA 간호사 법제화를 포함한 간호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PA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 아래 수행하는 것으로 명문화됐으며, 구체적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 학력 기준 완화 등 쟁점에서는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은 PA 간호사 법제화로 교육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는 “PA 간호사의 역할 확대가 전공의들의 필수 술기 학습 기회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PA와 전공의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진료보조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2024년의 끝, 새로운 도전의 시작
간호법 제정은 의료 공백 해소와 간호사 법적 지위 강화를 목표로 했지만, 직역 간 갈등과 교육환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특히 PA 간호사 법제화와 관련된 우려는 앞으로 의료계의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을 요구한다.
2024년, 간호법은 의료계에 새로운 지형을 형성했지만, 그 변화가 국민 건강과 의료 시스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실행 과정에 달려 있다. 2025년에는 간호법이 남긴 과제와 함께 의료계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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