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병원을 방문하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주사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삿바늘이 몸을 찌를 때 느끼는 고통은 어린아이 뿐만 아니라 다 큰 성인에게도 공포로 다가온다.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사를 눈에 직접 찌른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안과에는 ‘안구 내 주사’라는 치료법이 있는데, 가느다란 주사침을 이용해 눈 안에 직접 항체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안구 내 주사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이 있으며 이외에도 망막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데 주사제가 활용된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한 가운데에 위치해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라는 부위에 신생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시력 장애를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이며,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황반에 체액이 축적돼 부종을 일으키는 당뇨병 합병증이다.
주목할 점은 앞서의 질환들이 고령화와 당뇨 인구 증가로 유병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주요 국가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31년까지 약 47조원(34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이 전망된다.
이들 질환은 모두 시력저하 및 실명에 도달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질환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주사제를 활용한 치료법 외에 다른 치료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눈에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보고서에 따르면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시장에는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Unmet needs) 임상적·환경적 요구사항이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비침습적인 제형 ▲보다 나은 효능과 안전성을 갖춘 약물 ▲장기간 지속되는 치료법에 대한 필요성 등이다.
무엇보다 많은 환자들이 안구 내 주사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않아 궁극적으로 치료 순응도를 크게 저하시킨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안구 내 주사 시술을 받으려면 반드시 주기적으로 내원을 해야 하는 점, 그리고 주사제로 인한 감염 등의 위험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많은 환자들이 안구 내 주사에 대한 불편함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 등 비침습적인 투여 경로를 사용하는 제형이 필요하며 이러한 미충족 수요가 해소된다면 환자의 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 번번히 실패한 경구용 치료제 개발, 새로운 치료제만 고대하는 환자들
그렇다면 굳이 눈에 주사를 맞는 것이 아니라, 먹는 약 또는 안약(점안제)의 형태, 혹은 정맥 주사 등으로 치료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눈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눈(안구)은 다양한 신경이 모여 있는 복잡한 기관이다. 외부에서 온 빛은 각막을 지나 동공을 통과해 수정체에서 굴절돼 최종적으로 망막에 모이게 된다. 이렇게 맺혀진 상(像)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망막 앞부분이나 각막 등에 이상이 발생했다면 안약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망막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안구 내 혈관과 조직 사이에서는 약물 전달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로 인해 안약이나 약물 복용, 정맥 주사로는 눈 속 깊은 곳에 위치한 망막에 제대로 된 약물 성분을 전달하기 어렵다. 눈의 특이하고 복잡한 구조가 환자들이 안구 내 주사제를 맞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간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대한 도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제약사들이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지만 효과 부족과 안전성 문제로 번번히 실패에 부딪혔다.
일례로 한 글로벌 제약사는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서 최대교정시력(BCVA)과 황반중심두께(CST)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지 못해 임상 2상을 실패했다. 또다른 다국적 제약사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안전성 이슈로 개발을 중단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제약사들이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시력개선 효능을 입증하는데 실패하거나 안전성 문제로 개발을 포기하거나 중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구용 치료제가 갖는 메리트는 크다. 국내 처방 시장을 살펴보면 경구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성 황반부종이나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들 중 일부는 '도베실레이트 칼슘' 성분의 경구용 약물을 처방 받고 있다. 해당 약물은 미국 FDA 미승인 약물이며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치료가 아닌 예방과 관리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국내 안과에서만 약 300억원의 처방이 이루어졌는데, 낮은 약가에 제한된 사용임을 고려해도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FDA 승인을 받은 혁신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나온다면 그 시장 규모는 국내에서만 1000억원을 훌쩍 넘어 수천억 가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시력개선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 ‘CU06’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최초로 시력개선 효과를 입증한 신약 후보물질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큐라클이 개발중인 경구용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CU06'이다.
CU06은 혈관 내피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액틴 구조를 변형시켜 혈관 내피세포 연접을 안정시킴으로써 혈관을 정상화하는 기전을 통해 치료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당뇨병성 황반부종 미국 임상2a상 결과에 따르면 12주 투여 후 1차 평가지표인 황반중심두께(CST)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2차 평가지표인 최대교정시력(BCVA)에서 상대적으로 시력이 낮아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환자군 중 300mg 투여군은 12주차에 5.8글자 증가를 보였으며, 약물 투약을 한 달간 중단한 16주차에선 6.6글자까지 개선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약물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SAE)이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과 내약성도 입증했다. 당뇨병성 황반부종이 상대적으로 부작용에 취약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임을 고려하면, 특별한 우려 없이 CU06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임상을 진행중인 경구용 약물 중 CU06을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로 허가 받기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약물로 평가하고 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망막 질환 치료제 허가 시 시력개선 효과를 요구하는데, CU06은 경구용 약물 중 최초로 시력개선에 대한 임상적 유의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임상2a상에서 시력개선 효과가 투여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후속 임상에서 장기간 투여했을 때 시력이 더 많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후속 임상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큐라클 측은 CU06 후속 임상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큐라클 관계자는 "최근 생체흡수율을 2배 높인 신규 제형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임상2a상 및 비임상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가 및 협력업체와 후속 임상 연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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