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당뇨병이 위험한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합병증 중의 하나는 눈의 손상이다. 당뇨병을 오래 앓는 사람에게서 흔히 망막 병증이 발병한다. 망막 중에서도 황반에 부종이 생기면 당뇨병 환자가 실명에 이르는 주요 원인이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대하여 약물 치료가 가능하고, 약물 개발도 활발하다.

당뇨병의 합병증의 많은 부분이 순환 장애와 관련이 있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망막에 있는 미세혈관이 약해지고 황반에 부종이 생겨 당뇨병성 황반부종이 발병한다. 망막은 안구의 안쪽에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층인데, 카메라에 비유하면 이미지 센서에 해당한다.

망막의 신경세포가 빛을 인지하여 신경의 자극으로 바꾸어 뇌로 전달한다. 황반은 망막에서도 신경 세포가 특히 밀집된 부분이다.

망막의 질환에서 말초혈관의 이상이 오래 전부터 관찰되었다. 어떤 생리활성 물질 X가 망막에서 혈관의 이상을 초래하여 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는 가설이 1948년에 나왔다.

모종의 인자 X에 관한 자료가 축적되고, 혈관의 이상 부위를 응고시켜서 병의 진행을 막는 레이저 시술이 망막 질환의 치료의 주종이었지만, 정작 혈관 이상을 유발하는 인자 X가 무엇인가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유발인자 X의 정체는 엉뚱하게도 눈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항암제 개발 중에 밝혀졌다. 암세포가 종양으로 자랄 때에, 생존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혈관을 끌어들인다. 역으로, 혈관 신생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자라지 못할 것이다.

제넨텍이 1989년에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생리활성 물질인 VEGF를 발견했다. 이어서, VEGF가 망막에서 혈관 이상을 유발하는 인자 X이며, 당뇨병 환자의 망막에 VEGF가 증가해 있다는 논문이 1994년에 나왔다. 이에 따라, VEGF가 항암제와 황반 이상에 대한 약물 개발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당뇨병성 황반부종의 치료제 약물들이 줄이어 나왔다. 약물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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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VEGF 주사제 방식의 치료법

망막에서의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항염증제와 미세혈관의 이상을 억제하는 항VEGF 약물들이다. 항염증제로서 스테로이드 제제인 오저덱스와 일루비엔이 있다. 이들은 이식제 (임플랜트)의 제형으로 나와서 망막에 스테로이드를 서서히 방출하여 염증을 완화한다.

항VEGF 약물들로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루센티스(라니비주맙), 바비스모(파리시맙), 아일리아(아플리비셉트), 비오뷰(브롤루시주맙) 등이 나와 있다. VEGF를 처음 발견한 로슈(제넨텍)가 약물 개발에도 앞서서, 아바스틴, 루센티스, 바비스모를 개발했다.

VEGF를 타겟으로 하는 약물의 효과를 일괄적으로 비교하지는 못한다. 최초의 VEGF 항체 약물인 아바스틴은 항암제로 개발되어 대장암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로슈는 아바스틴을 굳이 황반부종 약물로 개발하지 않고, 대신 루센티스를 개발했다.

실제로는 아바스틴이 황반부종에 대하여 효과가 있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 중의 하나이다. 항암제로 사용하는 용량에 비하여 적은 용량을 황반부종에 사용한다. 고가의 약을 쪼개어 사용하는 셈이라서, 아바스틴의 가격이 루센티스를 비롯해서 다른 약물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루센티스는 망막에 대한 투과성을 높이도록 VEGF 항체를 가장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내어 작게 만든 약물이다.

아일리아는 VEGF 수용체를 항체의 형태로 만든 하이브리드 형 약물이어서, 다른 항체 약물보다 VEGF에 대한 결합력이 강하다. 최근에 나온 고용량 제형은 이전에 나온 제형보다 약효를 오래 지속한다.

바비스모는 VEGF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혈관생성인자인 안지오포이에틴과 반응하여 시너지 효과를 노리도록 개발된 이중항체이다. 비오뷰는 효과가 비교적 지속적이어서, 먼저 나온 약물들에 비해 투여 횟수가 적다.

황반부종 약물은 눈에 국소적으로 주사를 하여 투여한다. 약물의 지속시간을 고려해서 주기적으로 치료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눈에 주사를 하는 과정이 매우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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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 부담 높은 주사제, But 제형 변경 개발 난이도 높아

그래서 황반부종 약물 개발은 약물 투여의 횟수를 줄이도록 효과를 오래 지속시키게 만들거나, 주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다른 투여 방식을 개발하거나, 질병의 발병 경로에서 새로운 타겟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루센티스를 이식제 형태로 만든 수스비모는 반 년 동안 지속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루센티스에 비해서 주사하는 횟수가 적다.

이 약물을 황반부종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개발 중이다. 제형의 기술적인 문제가 2023년 드러나서 수스비모와 관련된 임상시험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지속성 VEGF 항체로서 기대를 모았던 타코시맙은 임상시험 후기 단계에서 미흡한 약효와 부작용 때문에 실패하여 개발을 중단했다.

안약 형태로 투여하는 스테로이드 제제 개발이 임상시험의 후기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안약 형태의 약물이 없는 이유는 약물이 망막 부위에 효과적으로 도달하기 어렵고, 자주 투여하면 안구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VEGF 이외의 다른 타겟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개발 중이다. 다양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저분자 화합물은 경구 투여 약물 개발과도 맞물리며, 임상시험의 후기 단계에 진입한 약물들도 있다.

경구 투여는 환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이지만, 약물이 망막에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고 전신에 대한 부작용의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RNA 제제와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 중인데, 장기적 약효를 기대하는 종류의 약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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