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한국산 신약이 월드클래스 폐암 표적치료제와 직접 비교(Head to head) 연구를 통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세계 폐암 치료 현장을 한국산 신약이 지킬 날이 머지않았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 전세계인의 시선이 쏠렸다. 바로 얀센과 유한양행 합작품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 결과를 듣기 위해서다.

사진. ESMO 공식 홈페이지, (제일 왼쪽)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와 조피아 피오트로스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사진. ESMO 공식 홈페이지, (제일 왼쪽)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와 조피아 피오트로스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이날 발표 연자로 나선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MARIPOSA에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은 1차 치료에서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을 타그리소와 비교해 유의하게 향상 시켰다"며 이번 결과가 향후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이 표준치료가 될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소식을 전했다.

랜드마크 제 3상 MARIPOSA 연구를 통해 국소 진행·전이성 EGFR 엑손19번 결손과 L858R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에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 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대비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30% 줄였다는 발표다.

EGFR 변이 폐암을 치료하려는 그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치료법으로는 내성과 전이를 억제할 수 없었다.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을 연장시켜줄 새로운 표적요법이 필요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 타그리소만 1차치료에서 18개월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보여 효과적인 치료제로 쓰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에 대한 수요가 크며,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이 새로운 임상적 성과를 보이며 폐암 치료 옵션을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해온 상황이다. 

이날 조 교수 발표로 다국적제약사가 점유한 폐암 치료 시장에 한국산 항암 신약이 전세계 EGFR 변이 폐암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EMSO ASIA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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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POSA는 1074명을 대상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군(429명), 렉라자 단독군(216명), 타그리소 단독군(429명)에 각각 배정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는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22개월 시점에 1차 주요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23.7개월로 타그리소의 16.6개월 대비 7.1개월의 차이를 나타냈다. 

객관적반응률은 리브리반트+렉라자(86%)와 타그리소(85%)가 비슷했다. 다만, 암이 진행하지 않고 치료에 계속 반응하는 반응지속기간(DOR)은 각각 25.8개월과 16.8개월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군이 길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는 렉라자 단독 투여군도 포함돼 있다. 렉라자 단독 투여 시 무진행생존기간 18.5개월로 타그리소가 FDA 승인을 받아 1차치료에서 월드클래스 표적요법이 될 수 있었던 FLAURA 임상의 18.9개월(전체생존기간 38.6개월)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임상에서 치료와 관련해 중단할 정도의 부작용은 10%였다. 1등급 또는 2등급이 있었으나 투여 용량 감량 등으로 조절 가능했다. 가장 많은 3등급은 발진 등이, EGFR 또는 MET 관련한 부작용은 정맥혈전색전증이 37%에서 발생해 타그리소(9%) 대비 높았다. 이에 따라 임상 초기 4개월 항응고요법을 권장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하버드 의과대학의 조피아 피오트로스카(Zofia Piotrowska) 교수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관련 독성의 증가, 정맥 투여가 필요한 리브리반트와 경구제 렉라자 병용이 실용적인지 이점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은 현재 표준치료와 비교해 의미있는 무진생존기간 개선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데이터와 타그리소 FLAURA2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보기 보다는 다양한 환자에 따라 치료 옵션과 최적의 치료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그리소와 함께 리브리반트+렉라자를 1차 치료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동일 선상에 놓고 최적의 항암 치료 전략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조피아 피오트로스카 교수는 "발진 같은 피부 독성이 낮은 등급이었지만 흔하게 발생했다"며 "긴 항암 치료 기간을 고려하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임상적 이점 대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얀센은 올해 안에 FDA에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산 신약이 글로벌 수준의 항암 신약으로 인정받아 FDA 허가를 받는 것은 전세계 EGFR 변이 폐암 치료에서 환자를 지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조 교수는 ESMO 발표 현장에서 다수 매체와 만나 "3세대 표적치료제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으로 항암화학요법을 하지 않은 상태로 1차치료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을 연장한 것은 렉라자가 표준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의 최종 목표점인 전체생존기간 1차 중간 분석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은 생존 곡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어 향후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 교수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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