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김경훈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해열진통제' 품목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 모양새다. 생산이 중단된 한국얀센의 타이레놀 2개 품목과 관련해 정부가 해당 제품을 안전상비약 목록에서 제외하고 하반기 내에 대체 품목 지정을 예고한 까닭이다.

다만, 정부의 이와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대체 품목 지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 취소 검토 중인 품목과 동일한 용량 및 제형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도 몇 군데 없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유효기간이 만료되거나 생산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은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심야 시간대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대상의약품은 일반약(OTC)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로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다.

현재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은 총 13개 품목으로 해열진통제(5종)가 제일 많고 소화제(4종), 감기약(2종), 파스(2종)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지속하고 있는 의약품 품절사태와 유사하게 편의점 안전상비약에서도 '공급 불안'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최근 발표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소비자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은 편의점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찾는 약이 편의점에 없어서(59.3%) ▲찾는 약이 안전상비약이 아니어서(40.7%) 등의 이유가 주를 이뤘고, 이는 지난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했던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측은 "사람들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야의 응급 상황 때문"이라며 "편의점 안전상비약이 시기적절하게 제공되고 구매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편의점 안전상비약은 공급 안전성 측면에서 관리 및 품목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표. 안전상비의약품 목록(자료=보건복지부)
표. 안전상비의약품 목록(자료=보건복지부)

실제로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약 중에서 가장 많은 품목을 차지하는 해열진통제(5종)는 한국얀센이 전체의 80%인 4개 품목을 공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타이레놀정 500mg ▵타이레놀정 160mg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 ▵어린이 타이레놀현탁액 등이다.

하지만 이 중 타이레놀정 160mg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 2개 품목은 지난해부터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얀센(현 한국존슨앤드존슨판매 유한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타이레놀 2개 품목에 대한 단종이 확정됐다"라며 "해당 품목들은 수요 자체가 적은 편이기도 했고, 최근 타이레놀 제품에 대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진행하면서 수요가 많은 타이레놀현탁액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생산이 멈춘 타이레놀 2개 품목에 대한 안전상비약품 지정 취소와 대체 품목에 대한 논의를 이번 하반기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담당자는 "얀센이 생산을 중단한 안전상비약 해열제 2개 품목과 관련해 지정 취소 및 대체 품목 추가 지정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라며 "어떤 의약품을 추가할 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타이레놀 2개 품목을 대체할 의약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제로 80mg, 160mg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의 숫자가 많지 않을 뿐더러, 이마저도 품목에 대한 유효기간이 만료되거나 생산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지난 2021년 5월에 '타이레놀 품절대란'이 일어났던 당시에 공개했던 국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70개 품목을 확인한 결과, 이번에 편의점 안전상비약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타이레놀 160mg 및 어린이용 타이레놀 80mg과 '동일한 용량'을 가진 품목은 총 6개로 확인됐다.

이중에서 일성신약의 일성아세트아미노펜정 160mg은 지난 2022년 7월에 유효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해당 품목을 제외하면 현재 기준, 총 5개 품목이 후보지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품목들도 생산량이 저조하거나 아예 생산실적이 '제로(0)'로 확인된다는 점이다.

팜뉴스가 식약처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앞서 5개 품목 중 현재 생산실적이 확인되는 품목은 3개로 조사됐다.

먼저 2021년 기준, 코오롱제약의 ▲트라몰정 160mg은 생산실적은 4542만원이었고 ▲삼남제약의 아스타펜정 160mg은 2020년 3834만원, ▲삼아제약의 세토펜정 80mg은 2020년 352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얀센 타이레놀정 160mg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의 2021년 생산실적이 각각 4억 2953만원, 5억 4800만원 규모로 확인됐다. 앞서의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전체 생산금액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광제약의 동광아세트아미노펜정 160mg과 ▲안국약품의 라페론정 160mg은 2020년도 생산실적이 아예 '0원'으로 이후 자료도 전무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10년 전에 편의점 안전상비약으로 타이레놀을 지정한 것은 브랜드가 갖는 인지도와 얀센이라는 대형 제약사가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목록에 있는 국내 제약사 중에서 타이레놀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제품을 보유한 곳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며 "또한 얀센이 기존에 공급하던 물량을 문제없이 커버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