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는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 10년 이상 1차 표준치료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이었지만 임핀지를 더하면서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담도암 환자 생존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14일 팜뉴스는 2월 13일자 <담도암 생존 곡선 올리는데 12년, 표준치료 바꾼 교수와 임핀지(상)>에 이어 하편을 보도한다.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에 임핀지가 더해져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연구 덕분이었다. 오 교수가 주도한 2상(연구자주도)을 통해 TOPAZ-1 3상까지 진행할 수 있었고, 그는 글로벌 3상 TOPAZ-1 총괄 책임 연구자로서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최초의 담도암 치료제로 성공시켰다.
TOPAZ-1 연구는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고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685명을 대상으로 했다.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에 임핀지를 추가해 3제 병용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연구 1차평가변수는 전체생존기간(OS), 2차는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이었다. 그 결과 1차 표준치료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대비 생존 지표들을 개선했다. 특히, 면역항암제 특성인 '롱테일 효과(투약 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현상)'가 뚜렷했다.
그 증거가 생존 곡선 그래프의 '꼬리'다. 기존 표준치료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시 생존기간 그래프는 마지막에 꺾인다. 대조군 대비 생존기간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 했다. 오 교수는 "ABC 02 연구 OS는 커브가 없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핀지는 생존기간 그래프에서 '꼬리'가 올라갔다. TOPAZ-1 연구에서 임핀지 투약군 OS를 보면 초반에는 위약군과 큰 차이가 없지만 6개월부터 갈라지기 시작해 1~2년이 지나면 더욱 벌어진다. 더 많은 환자가 생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곡선을 보기까지 12년이 걸렸다.
TOPAZ-1 임상 설계 과정마다 오 교수의 고민이 들어있다. 1차평가변수를 싱글로 할지 듀얼로 할지부터 분석 계획은 어떻게 할 것인지, 중간 분석을 할 것인지 한다면 한 번이냐 두 번이냐 등 모든 변수를 고민했다.
그 결과 TOPAZ-1 1차평가변수는 OS 하나만 놓고 중간 분석과 최종 분석을 하기로 결정했다. 담도암 유형도 ICC, ECC, GBC 3개만 포함하기로 했다. 1차치료인 만큼 이전에 수술 후 회복한 환자는 보조항암화학요법(adjuvant chemotherapy)을 완료하고 6개월 이내 재발한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만 포함키로 했다. 보조요법을 하지 않은 환자는 수술만 한 경우 6개월 이후 재발 진행 시 들어가도록 했다.
지난 2010년 발표돼 담도암 표준치료가 된 ABC 02연구(젬시타빈+시스플라틴)는 8사이클을 진행했다. 젬시스(젬시타빈+시스타빈)와 임핀지는 앞선 임상을 넘어서기 위해 젬시스+임핀지, 젬시스+위약으로 투약군을 나눴고 '헤드 투 헤드(직접비교)'로 ABC 02연구와 비교할 만큼 결과를 냈다.
TOPAZ-1 임상에서 총 685명의 환자 중 341명은 임핀지(3주 마다 정맥주사 투여)+젬시타빈+시스플라틴 투여군과 위약(3주 마다 정맥주사 투여)+젬시타빈+시스플라틴 투약군 344명으로 나뉘었고, 두 투약군은 각각 임상 24주차까지 최대 8사이클을 진행했다. 그 이후 질병이 진행할 때까지 더발루맙과 위약을 4주 마다 정맥주사했다.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칠레, 중국, 프랑스, 홍콩, 인도, 이탈리아, 일본, 폴란드, 한국, 러시아, 대만, 태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등 17개 국가 150개 기관이 참여한 글로벌 연구로 진행됐다.
▶중간 분석에서 OS 통계적 유의성 확보, 노력 끝에 온 행운
TOPAZ-1 연구는 1차치료를 목표로 했음에도 규모가 작았다. 다른 면역항암제 임상의 경우 1500명 이상까지 모집하지만 TOPAZ-1에는 총 685명이 등록했다. 전체 등록 환자가 적은데 반해 통계 분석 설계에서는 OS 데이터만 중간에 분석하기로 했다. 통계 차이가 난다면 추가적으로 PFS를 보기로 했는데 OS 데이터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TOPAZ-1 연구는 중간 분석에서 OS의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시키면서 일찍이 성공했다. 추가적인 장기생존 추적 분석 결과가 있지만 이미 TOPAZ-1 임상 성공과 실패는 중간 분석에서 결정된 것이다.
중간 분석 시점은 임상에 참여한 약 62% 환자가 사망했을 때였다. 해당 시점에서 임핀지군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18.6%, 위약군은 5.8%였다. 최종 HR 0.8로 사망 위험을 20% 감소시켰다. 임핀지군에서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고 있다는 결과였다.
오 교수는 "685명은 굉장히 적은 수다. 다른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를 보면 1차치료를 목표로 1500명은 가야 하는데 굉장히 운이 좋았다. 굉장히 적은 수로 중간 분석에서 성공한 운이 좋은 연구"라고 말했다.
질병 진행(PD)에 따른 2차치료 이후 서브시퀀스 치료를 받는 환자도 당연 위약군이 많았다.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를 보면 위약군 4.7%, 임핀지 투약군 0.9%였다. 위약군에서 좀더 많은 환자가 2차치료 이후 다른 면역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는 의미다.
작년 ASCO에서는 TOPAZ-1 연구의 중간 분석 이후 장기생존 추적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환자의 77%가 사망한 시점에 본 것으로 중간 분석에서 6.5개월 지난 시점이었다. 중간 분석에 실패한 경우 최종 OS를 분석하기로 한 일정과 비슷한 시점이었다. 그 결과 mOS HR 0.76으로 사망 위험을 24% 줄였다.
한편, TOPAZ-1 연구의 2차평가변수는 mPFS로 임핀지 투약군 7.2개월, 위약군 5.7개월로 무진행생존율을 25% 개선시켰다. 또한 임핀지 투약군 ORR은 24.6%(84명), 위약군은 18.1%(62명)로 차이를 보였다.
면역항암제 투여 시 안전성도 우려할 만한 사항이 없었다. 오 교수는 "부작용으로 투약을 중단한 경우는 임핀지 15%, 위약군 17.3%로 오히려 임핀지 투약군이 적었다. 이 약은 특정 국가와 기관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담도암을 치료하는 의사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안전을 강조했다.
그는 "TOPAZ-1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조만간 더 많은 연구가 나와 환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