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애플이 최근 웨어러블 기기 '애플워치'의 운영체제 업데이트 소식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업데이트에는 복약 순응도 향상과 다제약물 관리 기능까지 추가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약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여러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애플워치 watchOS 9(자료: 애플 홈페이지)
사진. 애플워치 watchOS 9(자료: 애플 홈페이지)

애플이 최근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자사의 웨어러블 기기 '애플워치'의 새로운 운영체제 '워치 OS9'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사용자들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이번 업데이트는 운동과 수면 추적, 심방세동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보완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업데이트에 환자들의 의약품 복용을 관리해주는 기능이 새롭게 탑재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자가 애플워치에 복용하는 의약품 목록을 생성하고 일정 및 미리 알림을 설정한다. 각각의 의약품에 대해 하루에 여러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필요 시 등으로 다양하게 일정을 생성할 수 있고 이렇게 생성된 일정은 애플워치의 사용자의 복용시점에 맞춰 미리 알림 기능으로 알려준다.
 

사진. 애플워치 '복용약' 중 의약품 복용 알림기능
사진. 애플워치 '복용약' 중 의약품 복용 알림기능

애플 측은 "각 의약품에 대해 맞춤 복약 일정을 생성할 수 있고, 사용자는 미리 알림을 설정해 의약품 복용 주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애플워치의 '복용약' 기능을 통해 환자의 복약 순응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용자가 복용 중인 의약품이 여러 종류일 경우, 성분 간에 잠재적인 상호 작용을 인식해 위험한 조합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약사회 등과 진행하고 있는 '다제약물 관리사업'과 유사한 것이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진행 중인 시범사업으로 만성질환자 중에서 복용약 성분이 10종류 이상인 환자에게 약물 점검과 상담 등의 약물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중복 복용을 줄이고 약물 간 상호작용 부작용 문제 등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애플은 바로 이 다제약물관리를 '복용약' 업데이트를 통해 어느정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복용약 앱 내에 '상호작용(Interactions)'에 나와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성분 약제를 복용할 때는 음주(Alcohol)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균 감염이나 원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메트로니다졸은 술과 함께 먹게 되면 '디설피람 유사 반응'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이 체내로 들어오면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가 생겨난다. 과음을 하고 나면 숙취를 겪는 까닭이다.

이렇게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ehyde dehydrogenase)에 의해 아세테이트(Acetate)로 분해되고 독성 성분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 때 '디설피람'이라는 성분을 복용하면 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활동을 저해해 인체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되게 된다.

메트로니다졸 역시 앞서의 디설프람과 유사한 반응을 나타내므로 해당 약제를 복용 중에는 반드시 금주(禁酒)해야 한다.

사진. 애플워치 '복용약' 의약품 상호작용 기능
사진. 애플워치 '복용약' 의약품 상호작용 기능

애플 측은 "미국에서 애플워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건강 앱에 추가한 약물과 잠재적으로 '중요한 상호 작용'이 있을 경우, 알림을 받을 수 있다"라며 "해당 정보는 건강 및 과학 서적 출판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엘스비어(Elsevier)'에서 인가 받은 증거기반 컨텐츠를 바탕으로 제공된다"라고 밝혔다.

엘스비어는 의학 및 과학 분야 관련 서적을 발행하는 글로벌 출판사로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과 국제 생명과학 저널 셀(Cell) 등을 출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작 약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그 이유다.

서울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 약사는 "애플워치가 강조하는 다제약물 관리 기능은 이미 의료기관과 일선 약국에서 모두 필터링이 되고 있다"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를 통해 약제 간의 문제가 있을 시 모두 걸러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스크리닝을 하고 2차적으로 약국에서 한 번 더 필터링을 거치게 된다"라며 "만약 애플워치에서 의약품 간 상호작용에 대한 경고가 뜬다면, 그 자체만으로 이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초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문제가 발생했고, 그 이후 약국에서 조제할 때도 문제를 캐치하지 못한 채 잘못된 약이 나갔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A 약사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라며 "의료기관과 약국 모두에서 잘못된 약을 환자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극히 낮으며 이마저도 앞서 언급한 DUR을 통해 걸러지기 때문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약품과 환자에 대한 의료 정보가 특정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B 약사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기본적으로 '편리성'에 기반한 소비자 지향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라며 "편리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한 번 시스템에 종속되게 되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것이며 나중에 어떤 방향으로 바뀌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무료인 서비스가 향후 유료화가 될 수도 있고, 약 배달이나 비대면 진료와 같은 모델에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애플도 어디까지나 영리를 취하는 기업이므로 대형 제약사나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과 함께 언제든 협업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을 두고 수많은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라며 "약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편의성과 수익성이 지나치게 부각돼 정작 안전성이 외면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개인의료정보와 안전성에 대한 부분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애플 측은 해당 기능에 대해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의약품 기능은 전문가의 의학적 진단을 대신할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추가 정보는 의약품 라벨에 명시돼 있지만 건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반드시 담당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상의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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