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탈모약 급여화가 최근 대선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입덧약’ 디클렉틴 역시 급여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당수의 임산부들은 입덧 완화를 위해 디클렉틴을 복용하고 있지만 약값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약값 부담 완화를 위한 건강보험 급여화 촉구 목소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 중이다. 

K 씨는 임신 23주차 임산부다. 임신 초기인 6주 차부터 구토 증상이 시작됐다. C 산부인과 병원 의사는 입덧 방지를 위해 현대약품의 디클렉틴 30알을 처방했다. K 씨는 처방된 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찾았지만 깜짝 놀랐다. 약값이 무려 4만 3000원이었기 때문이다. 한 알에 1500원 꼴이었다.

“그 날 이후로 수개월 동안 디클렉틴을 매일 한 알씩 먹고 있는데 언제나 약값이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는 하루에 한 알을 먹지만 입덧이 심한 임산부는 두 알을 먹는데 한 달치 약값이 최대 8~9만원이 들 수도 있다.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정부가 왜 이런 약에 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디클렉틴은 캐나다 듀체스나이가 개발한 약으로 2013년 미 FDA 승인 당시 안전성 약물 ‘A등급’을 받았다.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입덧 1차 치료제로 권고 중인 약물이다. 2016년 현대약품이 수입한 이후 국내 산부인과에서도 전문의약품(의사 처방 필수)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급여 등재와는 인연이 없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제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약값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디클렉틴 약값에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이유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디클렉틴 급여화 촉구”에 관한 청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20년 3월 한 청원인은 “입덧은 사람에 따라 기간과 강도, 주기가 천차만별하게 나타난다. 심한 경우 하루종일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날 때도 있다”며 “임산부에게 부족한 영양공급은 태아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산모도 기력을 잃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엄청난 불편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클렉틴이 없으면 입덧이 심한 산모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운데도 보험이 되지 않아 복용이 필요한 산모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며 “입덧은 미용이나 건강증진 보조제 개념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수적인 약이다. 임산부의 건강보장과 출산율 증대를 위해서라도 입덧약에 대한 의료보험을 지원해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디클렉틴 급여화 논의는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팜뉴스 취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약제 급여 여부 결정 기관)에 그 이유를 물었지만 심평원 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전해왔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약사의 신청과 복지부의 직권 검토 등의 액션(조치)이 없어 약제실은 아직 검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대약품 측의 입장은 어떨까. 현대약품 관계자는 “디클렉틴의 성분 자체가 이미 OTC(일반의약품) 제품으로 나와 있다”며 “항히스타민제는 수면제로, 비타민은 비타민제로 시중에 판매 중인 상황이다. 정부가 급여를 해주려면 기존에 나온 성분의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급여화를 해도 수입 단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 디클렉틴을 수입하려고 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수입을 못하다가 저희 측에서 궁여지책으로 수입해서 비급여 약으로 쓰이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단가가 맞지 않아서 앞으로도 급여 신청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산부 입덧 완화에 반드시 필요하고 안전한 약인데 급여 절차를 밟을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정부가 임산부들을 위해 디클렉틴 약가 부담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팀장은 “디클렉틴 말고도 국내에는 다른 제네릭 의약품들이 있는데 비급여다” “환자는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처방된 약을 약국에서 받지만 어떤 약을 구매할 지는 의사의 선택에 의존한다. 하지만 의사에게는 더 저렴한 약을 선택할 유인이 적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보 급여화 외에도, 정부가 개입해서 제약사 간의 가격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면 충분히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약”이라며 “애초에 비싸면 안 되는 약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적정가격의 30배 수준으로 사고 있다.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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