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드팜 박정관 부회장
사진. 위드팜 박정관 부회장

[팜뉴스=김응민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외출을 할 수 없고, 악수와 포옹과 같은 인사 ‘접촉’ 인사 대신에 간단한 목례만 하는 ‘비접촉’ 인사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다른 어떤 분야보다 급격하게 변화를 겪고 있는 영역이 있다면, 바로 ‘보건·의료’ 분야일 것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그간 금지돼 왔던 ‘비대면 진료’, ‘약 배달’ 등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약국체인 위드팜의 박정관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이른바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사 직능이 더욱 발전하거나 혹은 도태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관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초구 위드팜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수년 전부터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서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말해 기존에 있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라며 “산업이나 사회에서 통용됐던 ‘기준’이 바뀌게 되며, 이로 인해 기존 강자들은 도태되고,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의 예로 국내의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제시했다.

박정관 부회장은 “지난 8월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의 주요 금융기업들에 비해 매출은 10분의 1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앞서고 있다”라며 “이는 앞으로 금융에 대한 표준이 카카오뱅크로 바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2월 23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28조 7471억원으로 코스피 11위인 반면에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3조 8674억원, 코스피 순위는 15위로 확인됐다. 

박 부회장은 “주목할 점은 KB금융을 비롯한 시중 은행들의 점포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최근 5년간 시중은행 점포는 20% 넘게 감소했으며, 이러한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점차 모바일, 인터넷 뱅킹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중 은행 입장에서는 점포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용 지출이 점차 부담스러워지는 까닭이다. 즉, ‘권력의 이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기존 1~3차 산업혁명 시절에는 권력의 중심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기업 또는 정부)에 있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로 권력의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박 부회장은 미국의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Uber)’를 제시했다.

사진. 위드팜 박정관 부회장
사진. 위드팜 박정관 부회장

미국 뉴욕의 경우, 기존 택시업계는 ‘옐로캡(Yellow cab)’이라 불리는 노란 택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옐로캡을 운행하기 위한 택시면허의 가격은 2014년 기준 100만달러(한화 11억원)를 상회했다.

하지만 2014년 미국판 카카오택시인 ‘우버’가 등장하면서 택시의 운송 건수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택시면허의 가격도 떨어졌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택시 운전수들은 대대적인 파업을 시행했다. 그런데 바로 이 파업이 우버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기폭제로 작용했다.

박정관 부회장은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2014년에 우버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택시업계는 총파업을 단행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업으로 택시가 없어지자 우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마침내 2017년에는 전체 택시 이용객의 50% 이상이 우버를 이용하게 됐다. 택시 이용의 ‘표준’이 바뀌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옐로캡의 택시면허 가격은 10만달러(1억 1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박정관 부회장은 앞서의 2개 사례를 ‘약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요즘 약사사회에서는 약 배달이 핫이슈다. 환자 안전을 위한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까닭에 약 배달은 약사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약사회의 주장이다”라며 “하지만 약 배달을 약사 외에 도매업체나 공무원, 택배 기사가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권력의 중심’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라며 “약사들이 비대면 진료나 약 배달을 머리에 띠 두르고 반대한다면, 소비자들은 앞서 우버의 사례처럼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그들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라 갈 것이라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20년 전 의약분업에서 성분명 처방이 아닌 상품명 처방이 시행되면서 약사들은 ‘약의 전문가’라는 입지가 매우 약해졌다”라며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출시하면 약사들에게 설명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며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약사 직능의 존폐 여부가 걸린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지금 바뀌지 않는다면 여태까지 해왔던 것마저 잃게 될 수가 있다”라며 “약사는 소통, 공감의 능력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 및 가족의 약력관리를 통한 최고의 건강 컨설턴트가 되는 쪽으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약사의 역할을 확장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쪽의 고민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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