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김강립 식약처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식약처 공식 ‘소통 채널’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독려를 위해 실시한 제도이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란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약처 ‘공식 소통 채널’ 시행 이후 약 1년이 지났는데도 신약 개발 관련 회의 신청 건수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된 것. 업계의 우려대로 소통 채널의 민낯이 드러났지만 식약처는 황당 해명을 늘어놓았다. 팜뉴스가 그 전말을 단독 보도한다.  

김강립 식약처장 취임 당시 모습 (사진 제공=식약처) 

# 식약처 소통 채널 ‘일원화’ 업계는 ‘공분’

김강립 식약처장은 지난해 11월 2일 취임사에서 “최우선 과제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하루라도 빨리 개발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극복에 가능한 역량을 집중하여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민이 신음하는 상황에서 ‘국산 신약’ 개발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약 20일 후 신약 개발 가속화의 일환으로 식약처 ‘공식 소통 채널’이 도입됐다. 

11월 26일, 식약처는 “복잡한 신약 허가? ‘공식 소통채널’에서 상담받으세요”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이후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은 물론 허가 심사 관련 상담 신청 등 모든 소통을 전자민원시스템을 통해서 해야 했다. 방문상담, 이메일, 전화 질의는 지양됐다.

“직접적인 소통으로 식약처 책임자의 확인되지 않은 응답과 불완전한 답변이 유도됐기 때문”이란 게 소통 채널의 도입 명분이었다. 소통창구 담당자가 전자민원시스템을 통해 답변한다면 책임 있는 답변이 가능하다는 것. 신약과 바이오 의약품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곧이어 의료제품 전반을 향해 제도 운영이 확대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직후부터 제약업계 RA(규제과학 전문가) 그룹과 인허가 담당자 중심으로 “소통 창구가 불통창구가 됐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팜뉴스 취재진이 연속 보도를 통해 식약처 ‘공식 소통 채널’의 문제점을 집중 추적한 배경이다. (제약사 ‘신약 개발 의지’ 꺾는 ‘식약처 공식 소통 채널’, 식약처 퇴직 공무원' 컨설팅 후원자는 식약처? 관련 기사 참고)

당시 제약 업계는 소통 채널을 통한 창구 일원화 시행으로 식약처와 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통해 받은 답변은 ‘질문 유발’ 형태였고 전화는 물론 이메일, 방문상담조차 어려워 소통채널 제도가 오히려 신약 개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팜뉴스 취재진이 업계의 우려사항을 수차례 전달했지만 해당 제도에 대한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김강립 식약처장 취임당시 모습
김강립 식약처장 취임 당시 모습(사진 제공=식약처)

# 신약 개발 독려? ‘사전검토’ 회의 신청 건수 ‘제로’

팜뉴스 취재진은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통해 공식 소통 채널에 대한 실상을 추적했다. 지난달 말 식약처에 소통 채널 시행 이후부터 10월 27일까지, 제약사들의 ‘회의 신청 및 신약 승인 건수’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11월 23일 관련 정보를 통지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팜뉴스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신약 개발 단계(임상계획서 검토 등)에서 소통 채널을 통한 ‘사전회의’와 ‘면담회의’ 신청 건수는 ‘0건’이었다.

‘사전검토’는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 민원으로, 신약 또는 바이오 의약품 품목허가 단계에서 자료를 제품 개발 단계에서 미리 심사를 받아 제품화 기간을 앞당길 때 제약사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소통 채널 시행 이후, 약 11개월간 신약 후보 물질의 사전 검토를 위해 관련 회의를 신청한 제약사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 이는 현행 소통 채널의 제도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팜뉴스 취재진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식약처 소통채널 관련 데이터
팜뉴스 취재진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식약처 소통채널 관련 데이터

# ‘개시회의’ 신청 건수도 ‘0건’, 바이오 의약품도 ‘처참한’ 수준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처가 새로 도입한 ‘대면심사’의 실상도 다르지 않았다.

‘대면심사’는 신약 품목 허가 신청 시 대면심사를 추가로 신청할 경우 개시회의, 보완설명회의, 및 추가보완회의를 통해 민원 담당자와 제약사 측이 직접 대면하거나 화상회의를 통해 상세한 설명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대면심사 중 개시회의를 신청한 업체도 ‘제로(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완설명회의는 1건, 추가보완회의도 5건에 불과했다. 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식약처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제약사 소통채널 참여도가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식약처가 공식 소통채널을 통해 최종 허가한 신약 5건이 전부 해외 신약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산 신약 개발이 한시라도 급한 상황인데도, 식약처발 소통 채널이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허가 용도로 사용됐을 뿐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바이오 의약품은 어떨까.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에도 소통 채널이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통 채널 시행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약 11개월 간 바이오의약품의 ‘대면심사’를 위한 개시회의 건수도 0건에 불과했다. 보완설명회의는 3건, 추가보완회의 신청 건수도 전무한 수준이었다.  

공식 소통채널을 통해 식약처 허가한 바이오의약품은 총 3건으로 앞서 전부 국내 제약사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이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면심사 건수는 총 3건, 최종 허가 건수가 3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소통채널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 식약처 “홍보 최선 다해왔다”...데이터에 대한 구체적 해명 ‘회피’

하지만 식약처 허가총괄담당관은 소통 채널 참여도가 낮은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닌 ‘업체의 책임’이라는 황당 해명을 내놓았다. 

허가총괄담당관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저희는 창구를 만든 것이고 제도를 이용하느냐 여부는 업계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상담할 수 있는 창구는 전부 열어놓았는데 업체가 개시회의, 보완회의, 등 대면심사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선을 다해 홍보해왔고 올해 4월 민원설명회에서도 업계 관계자가 500명 이상이 들어왔다. 보도자료, 리플렛, 유관 협회를 통한 홍보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홍보해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제도 정착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은 그 이후에도 “소통 채널 회의 건수가 저조한 이유가 무엇인가. 제도를 부실하게 운영한 것은 아닌가”라고 수차례 물었으나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식약처는 29일 “공식소통채널은 2019년부터 추진돼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신약에 한해 시범운영한 제도이며, 올해 10월 24일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라며 “상담의 책임성을 높이고 상담내용을 허가 시에 반영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 마련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를 허가시스템 내로 들여온 체계가 ‘공식 소통 채널’이다. 신청 제품에 대한 상담은 비공식적인 전화나 이메일보다는 ‘의약품 안전나라’ 시스템의 공식소통채널을 통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또 “보도자료, 민원설명회, 협회 공문, 리플렛 제작, 가이드라인 발간 등 다양한 경로로 통하여 홍보해왔다”며 “공식 소통 채널 운영에 대해 업체의 의견을 들어 보완할 사항이 있을 경우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통 채널 회의 신청 건수 등이 ‘0건’에 이르는 등 참여가 저조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제약업계 내부에서 식약처의 태도를 성토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홍보를 안 해서 제약사들이 소통채널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이해할 수 없다”며 “홍보가 부족하면 제약사 책임이 아니라 자신들 탓 아닌가,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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