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마크(연준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마크(연준 공식 홈페이지 캡처)

[팜뉴스=최선재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1시경 점심을 먹고 미니스탁 계좌를 확인했습니다. 주가 수익은 약 8만 6000원. 투자 원금 74만 8000원에 비해 11.6% 올랐습니다. 수치를 확인하고 기분이 떡상(?)했습니다.  

“도대체 다음 주식은 무엇으로 살까”하는 고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전문가 행세를 하며 오만하게 한주를 보내다가, 환율조차 제대로 몰라 아내에게 망신을 당한 일은 가슴에 남았습니다. 다시는 망신을 당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날 모더나(MRNA)와 화이자(PFE)의 누적 수익률은 각각 83.8%, 26.1%였습니다. 올라도 너무 올라서, 추가 매수가 어려웠습니다. 

머크(MRK)와 존슨앤존슨(J&J)은 4.49%와 3.72%였고 텔라닥(TDOC)을 제외한 제약바이오주들은 전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주가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주식을 사라”는 저의 철칙대로 라면, 텔라닥 주식을 사야했지만 텔라닥이 앞으로 반등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 마음 속 ‘원픽’을 ‘배당 왕족주’ 존슨앤존슨으로 정한 까닭입니다. 애브비가 선사한 배당금을 받았던 기억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등락폭을 거듭하는 성장주보다, 배당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 사느냐“가 난제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존슨앤존슨 주식이 오랜만에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비싼 가격에 손해를 보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수 타이밍을 잡지 못한 이유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한데 고민은 또 많은 성격입니다. 끙끙 앓다가 아내를 향해 “정말 모르겠다. 지금 살래, 존슨앤존슨 충동구매하고 싶어, 지금이 바로 적기야”하고 말했습니다. 아내에게 SOS를 친 것입니다. 

아내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지금이 미국 주가 최고치라는 얘기가 있던데?”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테이퍼링 때문에 미국에서 돈을 안 푼다는 소식이 있는데... 테이퍼링하면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어. 좀 기다려봐”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내의 입에서 테이퍼링이란 단어가 나왔지만 저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기다리면 도대체 언제사 ㅠㅠ... 존슨앤존슨 사고 싶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지친다 지쳐”라고 대답했습니다. 앓는 소리를 하는 저를 보고, 아내는 다시 한마디를 했습니다.

“잭슨홀이란 게 있대. 미국에서 열리는 회의인데 거기서 테이퍼링을 선언하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나봐, 단타로 치고 빠질 거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존슨앤존슨을 사는 게 어떨까”라고 말입니다. 

아내는 곧이어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얼떨결에 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영상은 잭슨홀 미팅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매년 8월 연설을 해왔고 여기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테이퍼링을 전격 발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잭슨홀‘이란 단어에 꽂혀 당장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의 연준의장 등 세계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인사들은 전통적으로 잭슨홀 미팅에서 깜작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요 발표를 할 때마다 세계 경제가 휘청였고 주가가 요동쳤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그 다음은 테이퍼링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테이퍼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돈을 풀기 위해(유동성 공급) 국채 등 각종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그동안 자산 매입을 통해 돈을 풀어왔는데, 이제는 경기 회복세가 보이면서 자산 매입을 축소한다는 것입니다. 돈 푸는 것을 줄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것이 테이퍼링이었고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을 시행한다고 발표하면 돈줄이 마르면서 미국 주가가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이날부터 저는 기다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장 존슨앤존슨 주식을 사고 싶었지만 매수 타이밍을 잭슨홀 미팅 이후로 잡았습니다.  

잭슨홀 미팅이 다가오면서 놀랍게도 모더나, 화이자는 물론 머크 존슨앤존슨 등 제약바이오주식 가격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새 ‘떡상’으로 활약 중인 화이자와 모더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5일 확인 결과 투자 수익은 7만원, 누적 수익률은 9.45%였고 화이자와 모더나는 전날보다 약 7%, 5% 떨어졌습니다. 26일에도 화이자와 모더나 주가는 각각 1%, 2% 정도 빠졌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좌)과 존슨앤존슨 25일 주가(하락세로 돌아섰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좌)과 존슨앤존슨 25일 주가(하락세로 돌아섰다)

더욱 신기한 사실은 오랜만에 상승세를 보였던 존슨앤존슨의 주가가 계속 떨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존슨앤존슨(0.99주)의 투자원금은 20만원, 잭슨홀 미팅 이전에 4%대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점점 떨어져 1% 대로 하락했습니다. 주가를 확인할 때마다 “정말 계속 떨어지네... 잭슨홀 미팅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이 오자 잭슨홀 미팅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지금 당장은 테이퍼링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연설한 것입니다. 

결국 31일 밤 10시경 저는 아내를 향해 “잭슨홀이 끝났어, 이제는 정말 매수 타이밍이야”라고 말하면서 존슨앤존슨 주식 10만원 어치를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와.. 정말 신기하다. 잭슨홀 미팅 전에 샀으면 비싸게 살뻔했네... 공부가 이렇게 중요하구나”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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