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행정예고한 ‘제네릭 제조원(수탁사) 변경 제한 규제’가 ‘위헌 논란’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해당 규제가 제네릭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란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제약사들의 기본권, 즉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중한 조치라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헌법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는 규제란 뜻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제네릭 제조원 변경 제한 규제’ 관련 고시를 행정 예고했다. 생동성 자료 제출을 갈음 받은 전문의약품은 ‘자사제조’로 변경하는 경우에만 제조원 변경 허가 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위탁사(제약사)가 자사제조 전환 외에 위탁 생동 허가 품목을 생산하는 제조원을 다른 제조원으로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제네릭 품질 확보를 위해 제조원 변경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번 규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기존에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에 제네릭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도 식약처가 이를 간과하고 무리하게 고시를 개정을 강행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아크로의 제본승 변호사는 “이번 행정예고의 목적은 무분별한 제조원 변경으로 인한 품질 저하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목적은 위탁사의 제조원 변경시 품질 수준을 통제할 수 있는 기존의 규정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식약처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제3조의2(의약품의 허가, 신고의 변경 처리)에 7항을 새로 만들어 수탁사 변경 제한 규제를 명시했다. (2020년 12월 29일 의약품 정책과가 식약처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고 제2020-590호 참고)

하지만 현재 제3조의2는 “허가·신고 항목을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8조 1항에 따라 변경허가를 신청하거나 변경 신고를 하려는 경우 변경사항은 이 고시 제10조부터 제21조까지의 규정에 적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변경사항은 이 고시 제10조부터 제21조까지의 규정에 적합하여야 한다”라는 대목이다.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제본승 변호사는 “제10조부터 제21조는 의약품 품질에 관한 기준”이라며 “위탁사가 수탁사(제조원)을 변경한다고 해도 원료약품 및 분량 관련 제한(제12조), 성상과 제조방법에 대한 기준(제13, 제14조) 등을 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변경 허가 또는 신고가 가능한 법률 구조”라고 강조했다.

위탁사가 제조원 변경 신고를 할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절차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제본승 변호사는 “제조원 변경에 따라 제조된 제네릭의 품질이 식약처 관리 기준에 미달한 경우 지금도 품목 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결국 기존의 규제를 통해 제조원 변경에 따른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단지 식약처가 앞으로 관리를 철저히 하면 될 일이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식약처가 향후 이번 규제를 강행한다면 ‘위헌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제본승 변호사는 “제조원 변경을 제한하는 것은 제약사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라며 “고시 개정으로 자사 제조가 아닌 경우 제조원 변경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근본적으로 제약사들의 선택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약사들은 식약처 고시 기준을 충족한 의약품을 보다 저렴하게 제조하는 제조원과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가격 경쟁을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규제가 도입된다면 불가능하다.

즉, 이번 규제가 제약사들의 영업 선택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 헌법상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제본승 변호사의 논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처가 내세운 또 다른 명분인 ‘소비자 신뢰도’ 역시 다르지 않다. 식약처 행정예고에 첨부된 ‘규제영향 분석서’는 제네릭 제품의 제조원 변경시 소비자의 품질 신뢰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제본승 변호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원 변경이 된다고 해서 신뢰도가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은 제조원을 보고 제네릭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판 허가 받은 그 효능을 보고 의약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동등한 제네릭들의 보험급여(약가)가 다른 것은 소비자에게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가 같은 품질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선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식약처의 행정예고안은 입법 목적의 설득력이 부족하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제조원 변경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점에 합리적인 이유도 찾기 어렵다. 때문에 제약사들의 기본권 침해가 과도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이번 ‘위헌 논란’의 핵심이다. 

제본승 변호사는 “따라서 제조원 변경을 자사로 제한하는 개정 규정은 헌법에 반하여 무효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향후 규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뒀다면, 시행 전이라 하더라도 제약사들은 헌법 소원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2014헌마372 사건 등)”고 지적했다. 

한편 팜뉴스 취재진은 지난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식약처 대변인실과 의약품정책과에 해당 내용을 질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명확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특히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29일 “대변인실을 통해 문의 바란다”는 입장을 전해왔으나 식약처 대변인실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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